26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 구급대가 위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사태로 의료 현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대전에서 80대 심정지 환자가 응급실 이송 지연을 겪다가 사망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낮 12시쯤 80대 여성 A씨가 의식 장애를 겪다가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다.
전화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확인했으나 7곳의 병원에서 병상 없음, 전문의·의료진 부재 등의 이유로 수용불가를 통보했다. 53분 만에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3차 의료기관)에 도착했으나, 이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가 최종 사망 판정을 받은 병원은 처음에 수용 불가 의견을 내놓은 곳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의식 장애 신고 후 30여분 만에 심정지가 왔지만, 당시 원격으로 의료 지도를 하던 전문의와 보호자 의견에 따라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응급실 이송 지연 사례와 관련해 병원에 조사단을 파견해 조사하고 있다.
한편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집계됐다.
주말 사이에만 대전에서는 18건의 응급실 지연 이송이 잇따랐다.
지난 23일 오전 10시께는 50대 남성이 의식 저하와 마비 증세로 구급차에 실려 왔으나, 중환자실·의료진 부재 등을 이유로 병원 6곳에서 거부당해 53분 만에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전 1시께도 40대 남성이 경련을 일으켜 119에 신고했으나, 의료진 파업 등 사유로 병원 8곳으로부터 수용 불가를 통보받은 뒤 37분 만에야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충남 천안지역 대학병원에서도 교수들이 각 병동에서 숙식하며 입원·외래환자를 돌봐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충남에서는 9개 수련병원 전공의 300명 중 219명(73%)이 사직서를 냈고, 224명(74%)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대전에서는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 전공의 506명 중 413명(81.6%)이 사직서를 낸 상태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시내 전체 전공의(527명)의 96%가 근무하고 있다.
지역 종합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 중 대부분은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시는 이날 충남대·건양대병원 등 지역 상급종합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진료체계 유지에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오는 28일에는 시장 주재로 지역 종합병원장들과 회의를 열고 진료 공백 대응 방안도 논의할 방침이다.
지난 22일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중인 시는 수련 병원 모니터링·현장점검을 통해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개원의 휴진 여부를 확인해 문 여는 의료기관 정보를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 등으로 시민에게 실시간 알리기로 했다.
대전지방검찰청과 대전경찰청, 세종경찰청도 이날 실무협의회를 열고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을 엄정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긴밀히 협력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