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우리나라의 대(對)중앙아시아 수출은 대단했다. 카자흐스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8.9% 늘어 거의 20억 달러(약 2조6700억원)에 도달했고, 키르기스스탄에선 214.2%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보여주며 수출액 10억 달러를 넘겼다. 우리의 중앙아시아 최대 수출국인 우즈베키스탄 역시 전년보다 8% 증가한 약 23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렇게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이 증가한 배경에는 러시아에 대한 각국 제재로 이 지역의 활용 가치가 높아진 점이 있다. 그러나 대러제재에 따른 반사효과를 걷어 내고 냉정히 살펴 보면 우리의 중앙아시아 수출증가세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의 수출 모멘텀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카자흐스탄이나 키르기스스탄과는 달리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비회원국이며 러시아 경제와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우리 수출을 보면 확연히 느껴진다.
1993년 우즈베키스탄과 교역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대우자동차가 현지 공장을 세운 1996년 전후에는 2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면서 최대 수입대상국 위치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확고해 보였던 한국 위상은 2000년대 후반 중국 제품의 경쟁력이 올라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에 밀린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기준 6%대로 주저앉았다. 역대 최저 점유율이었다. 반면 중국의 몫은 점점 커져 이제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작년 우리의 ‘대우즈벡 수출액’이 역대 최대였다고 자화자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앙아시아에서 우리의 수출 모멘텀이 떨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 30년간 우리의 우즈베키스탄 수출 추이를 보면 답이 보인다.
현지 수입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높았던 1990년대 후반과 2010년대 후반은 각각 우리 기업들의 자동차 생산기지 구축과 석유화학 플랜트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시점이다. 시계열적으로 한국의 우즈베키스탄 투자진출과 수출액 간 긴밀한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횡단면적으로도 차부품 수출이 가장 많은 점, 그리고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우즈베키스탄이 최대 교역파트너라는 점은 대우자동차의 투자가 현지 수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즈베키스탄 수입시장에서 우리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다. 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취임 후 경제의 개방도가 높아지면서 여러 부문에서 중국 제품과 경합도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수출 모멘텀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중국과 완성품을 놓고 경쟁하기는 어렵다. 제조단가도 물류비용도 중국이 훨씬 유리하다.
우리의 수출 모멘텀은 현지 생산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현지 생산과 우리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을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만들어야 한다. 제2, 제3의 대우자동차 모델이 필요하다. 열악한 현지 인프라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기업 전용공단 구축도 검토할 만하다.
내달 말에는 우즈베키스탄 현지 자동차회사가 한국 완성차 조립공장을 연다. 공장 인근에는 자동차 부품 생산 단지도 조성 중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중앙아시아 수출 모멘텀이 또 한번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우상민 코트라 타슈켄트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