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이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대출 채권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말 기준 추정손실은 총 1조966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1조3212억원)보다 48.8%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KB금융의 추정손실 규모는 2022년 말 2123억원에서 지난해 말 3926억원으로 84.9%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5759억원에서 7514억원으로 30.5% 증가했다. 액수로는 4대 금융그룹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하나금융은 2350억원에서 3430억원으로 46.0%, 우리금융은 2980억원에서 4790억원으로 60.7% 증가했다.
비상장회사인 농협금융은 그룹 연결 기준 추정손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계열사인 농협은행 기준 추정손실은 1179억원에서 1335억원으로 13.2% 증가했다.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은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여신부터 부실채권(NPL)으로 분류된다.
건전성이 가장 낮은 단계인 추정손실은 사실상 회수를 포기한 채권에 해당한다.
은행의 경우 ▷채무상환능력의 심각한 악화로 회수 불능이 확실해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되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분 ▷12개월 이상 연체대출금을 보유하고 있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분 ▷최종부도 발생, 청산·파산절차 진행 또는 폐업 등의 사유로 채권회수에 심각한 위험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거래처에 대한 자산 중 회수예상가액 초과분을 추정손실로 분류한다.
지난해 추정손실로 분류한 대출 채권이 급증한 원인으로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이 꼽힌다.
KB금융은 “경기 침체로 인한 취약 차주들의 자산 건전성 악화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추정손실은 2022년 말 865억원에서 지난해 말 1801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5대 은행 가운데 액수와 증가율이 모두 가장 컸다.
신한금융은 “신용회복위원회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에 따라 카드사의 추정손실이 늘었다”며 “증권사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을 보수적으로 재평가해 여신을 다시 분류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개인대출, 중소기업·소호 대출, 부동산 개발 금융,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의 부실이 증가한 결과”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해외법인 취급 여신의 연체, 부동산 PF와 카드사 연체 등의 영향으로 추정손실이 증가했다”고 했다.
추정손실을 포함한 4대 금융그룹의 전체 고정 이하 여신도 2022년 말 5조3997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9378억원으로 47.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금융그룹들은 연초부터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취약 차주에 대한 조기 신용 평가, 고위험 차주 선별, 부실기업 대출에 대한 조속한 정리,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 등 필요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4대 금융그룹은 이미 지난해 연간 총 8조9931억원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2022년보다 73.7%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