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힌 뒤 한 달이 지났지만, 관계 당국의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자체도 논의를 중단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9일 자동 폐기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완화를 추진한 서울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이해당사자 간 논의는 중단된 상태”라며 “추가 협의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이 지자체는 대형마트, 소상공인 등과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 휴업을 평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달 초에는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해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공식적인 논의나 협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 내 25개 자치구 중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곳은 서초구와 동대문구 두 곳뿐이다. 서초구가 지난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변경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고, 동대문구가 23일 고시를 게재한 걸 고려하면 정부 발표 후 관련 논의를 진전시킨 곳은 사실상 없다. 권성동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대형마트가 출점한 176개 지자체 중 평일 2회 휴무를 하는 곳은 46곳, 26%에 불과하다. 모두 정부 발표 전 평일 휴업으로 전환했거나, 결정한 곳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쉬어야 한다. 다만 이해당사자 협의가 있으면 공휴일 의무휴업을 다른 날로 옮길 수 있다. 현재 평일 전환을 한 지자체나 자치구는 이 예외 규정을 근거로 했다.
법 개정 작업은 제자리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를 담은 유통산업기본법 개정안은 본회의가 종료되는 29일 폐기된다. 개정안은 기존 ‘월 2회 공휴일 의무휴업’ 규정에서 공휴일을 뺐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주변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상생을 위해 2013년부터 시행 중이다. 대형마트가 쉬면 전통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져 상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하지만 대형마트보다 온라인에서 장을 보는 사람이 늘고, 의무 휴업일에 전통시장 매출이 동반 감소하면서 법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4%가 공휴일로 의무 휴업을 규정한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더 이상 경쟁상대가 아니며, 유통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도로 바뀌었다”며 “소비자의 쇼핑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규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휴업이 폐지된 지역에서 음식점 등 소매업 매출은 18%, 전통시장 매출은 35%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