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식 초대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서울 영등포을에 도전장을 냈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27일 돌연 경선 포기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정부 내각 출신 인사 중에서는 처음이다. 친윤계 의원들이 기존 지역구에서 공천을 속속 따내는 것과 달리 장차관 출신 인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인데 박 전 장관의 불출마 선언이 다른 장차관 출신 인사들 향배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저는 영등포을 지역구 후보의 조속한 확정과 총선 승리를 위해 박용찬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며 “영등포을 탈환이라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에서 신속히 전열을 정비해 결전을 준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영등포을 지역구를 경선지로 정한 지 하루 만에 사퇴를 밝힌 것이다. 박 전 장관의 사퇴 결정은 이날 오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고 한다. 복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공관위와 사전에 지역구 재배치 논의 등 교감이 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당 공관위에서 박 전 장관을 부산 지역에 재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공관위 핵심 관계자는 “아직 논의 안건으로 올라온 사안도 아니다”며 “지역구민 입장을 고려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박 전 장관이 부산으로 돌아올 경우 ‘지역구를 자주 바꾼다’는 인상을 줘 결과적으로 후보에게도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 전 장관은 부산 북강서갑에서 재선(18대·19대)을 했고 22대 총선 출마 선언 직전까지 분당을을 두고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과 신경전을 벌인 끝에 영등포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이번에 다시 부산 지역에 출마할 경우 지역구를 세 번 옮기는 것이 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북카페에서 ‘기후 미래 택배’ 현장 공약 발표 후 기후 미래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
정치권에서는 박 전 장관의 경선 포기가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물러나는 도화선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내각 인사들 중 22대 국회 입성을 노리는 인물은 총 8명이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을 비롯해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박진 전 외교부 장관,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 등이다.
특히 지도부에서는 이 전 장관과 박 전 차관의 선택을 주목한다. 박민식 전 장관과 비슷하게 출마 지역구를 옮기면서 당내 여론이 악화됐다는 점에서다. 서울 중·성동을에서 하태경 의원, 이혜훈 전 의원과 ‘3자 경선’을 치르는 이 전 장관은 서초 등 ‘양지’ 출마를 고려했지만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 역시 당초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해운대갑 출마를 노렸다. 공관위 관계자들이 이들에게 수도권 험지 출마를 직간접적으로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복수의 지도부 관계자는 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박민식 전 장관이 부산으로 복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정무적 판단을 했다고 본다”며 “경선에서 지거나 컷오프 당하는 경우를 피하고 다른 기회를 얻을 여지를 열어둔 것이다. 내각 출신들은 기본적으로 탈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인데 왜 따르지 않으려고 하냐”고 지적했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박민식 전 장관의 경선 포기에 “박민식 전 장관 같은 큰 정치인은 국민의힘과 함께 해야 (하고) 그런 분이 함께 해야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국민의힘에서 함께 총선 승리를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