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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
금융당국의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은행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이 향후 기관 및 임원 제재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펀드 사태 때 불완전판매 이슈가 최고경영자(CEO)의 사법리스크로까지 확대된 경험이 있어서다.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의 원인도 단순 불완전판매를 넘어 은행 내부의 ‘내부통제 미비’로 꼽힐지 등 금감원의 은행조사 결과가 향후 은행 및 CEO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홍콩H지수 ELS 조사 결과…은행 자율배상 나설까=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다음 주인 3월 초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검사 결과 및 책임분담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안으로는 ELS 투자자의 나이, 가입 경험, 그리고 은행 직원의 설명 부실 여부 등에 따라 배상비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불완전판매가 확정된 모든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으로 일정 금액을 배상을 하는 ‘기본배상’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의 배상안이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은행들이 자율배상을 진행하는 안이 유력하다.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는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대표 사례 6건에 대해 손해액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외 피해자들에겐 나이·투자 경험 등 배상기준 가감 요소를 따져 20~80% 배상을 권고했다. 당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고객 1000명에 대해 자율배상을 진행했다. 두 은행의 배상금액 규모는 1000억원에 달했으며, 지급 비율도 96%를 넘어섰다.
홍콩H지수 ELS의 손실액이 벌써 1조원을 넘긴 만큼 당국의 배상 권고 및 은행의 자율배상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태가 향후 기관 과징금 및 CEO 제재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일단 자율배상이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과징금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안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H지수 ELS의 재가입 비중이 90%에 달하고, 상품 자체에는 구조적 결함이 없는 만큼 배상에 적극적으로 임할수록 제재 수위를 낮춰줄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주로 나오는 케이스들이 대부분 일선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성급하게 판매한 케이스”라며 “본점 차원에서 판매 프로세스상 중대한 미흡점이 발견돼야 투자자 일괄 배상이나 기관 제재 등이 논의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관징계·CEO 제재 여부에 ‘촉각’…사법리스크 경험=금융당국의 징계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은행이 순순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이슈가 과거부터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은 자율배상에는 적극 임하되 기관 과태료 및 CEO 중징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선례를 보여왔다.
앞서 DLF 사태 당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과태료 처분에 대해 이의제기를 신청하고 개인 중징계에 대해서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금감원은 DLF 사태를 야기한 원인의 하나로 CEO의 내부통제 미비를 꼽았다. 이런 논리에 근거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에 대해 각각 168억원, 197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DLF 판매 당시 은행장이던 함 회장과 손 전 회장에 대해서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두 CEO는 각각 금감원을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 손 전 회장은 법원에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최종 승소하며 징계가 최종 취소됐다. 금융권 취업 제한에서도 벗어났다.
금융당국은 아직 과징금 등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는 시기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홍콩H지수 ELS 관련 은행 과징금 계획에 대한 질문에 “눈앞의 현안이 많은데 과징금은 한참 뒤의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