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부 ‘MZ 전공의’ 이해 못해…강제 복귀 없을 것”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가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오는 29일을 하루 앞두고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 등의 집에 직접 찾아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의 조치에 나서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정부가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세대’ 전공의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정부가 전공의들을 강하게 밀어 붙이면 29일 복귀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MZ세대 전공의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28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입장문을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의 무리한 고발과 겁박을 지켜보며 많은 국민들과 의사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대한민국이 언제든 정부가 명령만 내리면 그것이 곧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보다는 처벌을 통한 겁박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대위는 “정부는 정말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의사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폭력을 사용하여 일터에 강제로 보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현재의 시스템에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숭고한 정신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만약 오는 3월 1일 이후부터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을 비롯한 처벌을 본격화 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병원에서 전공의는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고 이어서 대한민국에서 전문의가 배출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부터 전공의 자택에 방문해 명령을 직접 전달하기 시작했다. 자택 방문으로 명령 교부를 마무리함으로써 송달 효력을 확실히 하고 전공의 고발을 위한 사법 절차 준비를 마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는 우편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전공의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려왔다.

비대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의협은 대표성을 갖기 어렵다’는 대통령실의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의협은 대한민국 14만 의사 모두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이다. 회원에는 전공의, 개원의, 교수, 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의 총회 의결을 통해서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의협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것은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적인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임을 다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제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비대위는 “사망 사고는 면책의 대상이 아니라 감경의 대상에 불과하다”면서 “이 법안(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서 보호해주지 않는 예외 조항들의 내용을 보면 고의에 의하지 않은 과실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당연강제지정제를 통해서 국가가 의사 및 의료기관들에게 강제로 건강보험 진료를 하게 만들어 놓고서,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분쟁 해결은 의사 개인들이 돈을 모아서 보험 형태로 배상하게 한다는 말은 결국 정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또 “현재도 대부분 환자 및 보호자와 동의가 되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정부가)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고려 없이, 사망 사고나 비고의성 과실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황당한 법안을 만들고 놓고서 의사들에게 마치 큰 선물을 내려 주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는 전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공개해 법적 부담 완화라는 ‘당근책’을 제시한 바 있다.

특례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책임보험·공제(보상한도가 정해진 보험)’에 가입한 경우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더불어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과실로 환자 사망사고를 냈더라도, 의료진이 보상 한도가 정해지지 않은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했다면 형을 감면받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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