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리 침해” 영풍 vs “신뢰 깨뜨려”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 장외 신경전 과열

장형진(왼쪽)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모습. [각사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이 다음 달로 예정된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정관 개정과 배당 규모 등을 두고 표 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연일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신주인수권 제3자 배정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에만 허용하는 기존 정관을 변경해 국내 법인에도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영풍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이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며 “이는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풍 측의 주장에 관해 고려아연 역시 즉각 입장문을 내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이 의안은 제3자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한도(액면총액 400억원)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그 내용의 실질적인 변경이 없다”며 “현행 표준정관에 따라 상법, 자본시장법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는 것으로 제3자 배정을 통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 배제는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만큼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거나 불리해지는 사정은 특별히 없다”고 강조했다.

정관변경 목적을 두고도 양측의 견해는 첨예하게 갈렸다. 영풍은 “양측이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72년간 최씨와 장씨 두 가문의 동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은 장씨 일가가 각자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주주권익 보호가 아니라 영풍 경영진이 ‘독립경영 체제’라는 동업자 간 불문율을 깨뜨리고 경영에 간섭하는 등 신의를 져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풍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고려아연의 배당성향을 두고도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영풍은 “배당성향의 분모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무려 3분의 1가량 폭락하면서 마치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고려아연은 “제련사업은 글로벌 원자재 수급 및 제련수수료 변동에 따라 특정 기업이 아닌 제련업계 전체가 함께 영향을 받는 구조로 만성적인 적자구조에 허덕이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실적을 지적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또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높이면 주주환원율이 96%에 육박하는데, 총주주환원율은 5년 평균 약 10% 수준인 영풍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모든 이익금을 투자나 기업환경 개선에 할애하지 않고 주주 환원에 쓰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고려아연 측의 설명이다.

한편,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서고,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맞서 지분을 사들이면서 양측 간 지분 매입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