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난해지고 있다. 임금상승률이 치솟는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2년 연속 지속되고 있어서다. 통장에 찍히는 월급의 인상률도 크게 늘지 않았지만, 물가가 큰 폭 오르다 보니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

고용노동부가 29일 공개한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 1인당 지난해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4000원이다. 이는 작년 359만2000원보다 1.1%(3만8000원) 감소한 금액이다. 실질임금은 가를 고려한 임금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것으로 근로자들이 받는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100을 곱해 구한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명목임금은 396만6000원이다. 전년(386만9000원)보다 2.5% 올랐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 3.6%를 밑돌았다. 실질임금은 2022년에도 0.2% 소폭 감소하면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든 바 있다. 지난해엔 물가상승률이 2022년(5.1%)보다 둔화했음에도 임금 상승률이 더 둔화한 탓에 실질임금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 탓에 2년 연속 실질임금이 줄었다.

지난해 12월만 놓고 보면 명목임금도 소폭 줄었다. 12월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들의 1인당 임금총액은 443만3000원으로, 2022년 12월보다 1000원 적었다. 정액급여나 초과급여는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성과급 등 특별급여가 재작년 12월보다 12.4% 줄어든 탓이다. 실제 작년 반도체 업황 악화 탓에 일부 대기업들이 성과급을 줄였고, 근로자 전체 연간 특별급여도 전년 대비 2.9% 감소했다.

한편 올해 1월 말 기준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1980만8000명으로, 작년 1월 대비 25만3000명(1.3%)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 인원은 7개월 연속 줄고 있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도소매업 등의 종사자가 전년 대비 늘고, 숙박·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등은 줄었다. 지역별로는 세종(5.8%), 전남(3.1%), 충남(2.5%) 순으로 증가율이 컸다.

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은 작년 12월 기준 월평균 152.8시간으로, 1년 전보다 13.8시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여전히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길다. 실제 2022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1752시간으로,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146시간이다. 1년 전보다 월평균 근로시간을 13.8시간을 줄였지만, 2022년 OECD 평균보다 더 많이 일하는 셈이다.

한편, 고용부가 매월 시행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는 농업 등을 제외하고 고정 사업장을 가진 사업체 표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고정사업장이 없는 가사 서비스업 종사자 등은 제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