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식 까르보나라. 신주희 기자 |
술에 절어 해장국을 시켜만 먹다 어느 날 집에서 소고기뭇국을 끓여봤습니다. 그 맛에 반해 요리에 눈을 떴습니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가 기다리고 있지만 나를 위해 한 끼 제대로 차려먹으면 마음이 충만해집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한 끼에 만원이 훌쩍 넘는 식대에 이왕이면 집밥을 해먹어야겠다. 결심이 섰습니다. 퇴근 후 ‘집밥러’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요리와 재료에 담긴 썰도 한술 떠 드립니다.
음식 역사학자 루카 세사리(Luca Cesari) 인스타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지난해 12월 ‘원조 까르보나라’ 논란으로 이탈리아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이탈리아의 음식 역사학자 루카 세사리(Luca Cesari)가 최초의 까르보나라 레시피를 공개하자, 까르보나라 근본주의자들이 “그건 원조가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나선 겁니다. 그의 SNS에는 “죽어라”, “감옥에나 가라” 등 ‘살인 예고’ 댓글까지 달렸습니다.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몬디씨 [MBC 일타강사 캡처] |
이탈리아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기로 유명합니다. 전통을 중요시해 파인 애플 피자, 에스프레소 샷에 물을 탄 것(아메리카노)을 보면 치를 떤다고 하죠. 이탈리아인들을 경악하게 만드는 음식 중 하나가 크림과 베이컨을 넣은 까르보나라입니다. (현지에서 ‘카르보나라’로 발음합니다). 흥건한 크림소스에 베이컨 양파까지 넣은 파스타를 두고 ‘까르보나라’라고 한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 연구가들의 의견은 사뭇 다릅니다. 최초의 까르보나라는 어떤 형태인지, 이탈리아인들이 ‘정통 까르보나라’라고 주장하는 파스타는 과연 어떤 맛인지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크림 까르보나라와 이탈리아인들이 말하는 원조는 어떻게 다른지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사실 따라하기 쉬운 집밥 요리로는 크림 까르보나라가 제격입니다. 자취생들이 관찰레, 페코리노 치즈를 사둘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맛 대신 한번도 먹어보지 못이 궁금하다면 ‘로마식 까르보나라’도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관찰레와 향이 강한 페코리노 치즈는 파는 곳이 거의 없어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것입니다. 페코리노 치즈 대신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사용했습니다.
크림 까르보나라 재료(왼쪽), 로마식 까르보나라 재료(오른족) |
〈자취생용 크림 까르보나라 레시피〉
1. 냄비물에 소금 1 티스푼을 넣고 끓입니다.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7분 익힙니다
2. 새우는 찬물에 담가 해동한 뒤 잘 씻어 줍니다.
3. 마늘과 양파를 다져줍니다.
4.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넣고 다진 양파와 마늘, 새우를 넣고 볶습니다.
5. 다 익은 면을 덜고 우유를 붓습니다. 굴소스 1큰술을 넣습니다
6. 치즈 2장으로 농도를 잡고 어느 정도 소스가 졸아들면 완성입니다.
크림 까르보나라. 신주희 기자 |
생크림을 넣어야 정석이지만 가격과 접근성을 고려하면 우유를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소스의 농도는 치즈로 맞춰주는 게 핵심입니다. 양파와 마늘에서 나는 단맛과 고소한 맛이 특징인데,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나는 파스타입니다. 한국인의 입맛에는 소스가 자작한 크림 까르보나라가 딱입니다.
로마식 까르보나라 역시 ‘농도’가 생명입니다. 계란으로 농도를 잡기 때문에 불이 너무 세면 스크램블드 에그가 될 수 있습니다. 성공의 관건은 불 조절입니다. 우선 관찰레는 중약불에 익히면서 라드(돼지기름)를 최대한 뽑아내야 합니다. 또 면과 소스를 섞기 전에도 한 김 식혀야 합니다. 노른자와 치즈를 섞고 찬물을 부어두면 성공 확률이 올라갑니다. 소스가 너무 묽다 싶으면 불을 아주 살짝만 올려 농도를 잡아주면 됩니다.
재료는 간단하지만 불 조절이 어려워 난이도가 높은 요리에 속합니다. 다행히 저는 한 번에 성공했습니다. 로마식 까르보나라는 우유로 만든 것과는 차원이 다른 맛입니다. 기름 덩어리인 관찰레를 익힐 때 돼지 잡내가 심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치즈와 계란과 섞이면서 돼지 기름의 잡내, 계란의 비린내는 전부 사라지고 대신 독특한 향만 남게 됩니다. 후추도 풍미를 더합니다. 소스에 따로 간은 하지 않기 때문에 관찰레와 면을 같이 먹어야 맛이 좋습니다.
〈참고 자료〉
A Brief History of Pasta: The Italian Food that Shaped the World(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