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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패션 분야의 전문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켜 점유율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F, 지그재그, 무신사 등 국내 패션업계의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최근 패션 분야의 전문가 채용에 나섰다. 채용 대상은 팀장급부터 MD(상품관리자)까지 다양하다. 뷰티와 세제 등 FMCG(Fast Moving Consumer Goods·일용소비재) 관련 인력도 채용을 시작했다.
채용 과정에서 ‘한국 시장 내 셀러·파트너 소싱 노하우 보유’를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싱 노하우를 가진 인력을 채용한다는 것 자체가 국내 브랜드 입점을 늘려 오픈마켓과 경쟁하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는 알리의 ‘현지화 작업’ 연장선이다. 중국 제품을 초저가에 판매하는 ‘해외직구 플랫폼’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영역에서 점유율을 높이려는 취지다. 이미 알리는 내부 카테고리인 ‘케이베뉴’(K-venue)’에서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재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입점을 확정했다.
[알리 홈페이지] |
알리의 국내 침투 과정은 유통 공룡을 추월한 쿠팡과 유사하다. 저가 제품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고가 브랜드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알리의 회원 수는 현재 500만명에 달한다. 판매 품목 역시 중국 초저가에서 국내 브랜드로 넓히며 다양한 가격대로 선보이고 있다.
업계는 국내 패션 오픈마켓이 알리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알리가 힘을 싣는 패션전문관 ‘A.Fashion’에서는 국내 패션 유튜버와 협업도 활발하다. 의류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알리가 공급하는 패션 잡화의 품질이 떨어지지만, 한국산 제품이 입점하면 상황(고객 만족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입점이 알리의 계획과 달리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가품 논란에 이어 진품과 유사한 제품이 다수인 알리의 특성상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패션 분야는 공산품 같은 다른 제품과 달리 이미지와 브랜드가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 패션업체들이 가품으로 이름을 알린 알리에 제품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알리의 다양한 시도가 실험적인 행보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성공 여부를 떠나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국내 시장에 접근하는 시도라는 얘기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가 일단 시험적으로 국내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그러나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