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3주 전 태아 성감별 금지는 위헌…“남아선호 사상 사라져”

헌법재판소[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의료인이 임신 32주 전까지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 현행 의료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여아 임신 중절을 예방하기 위해 생겨난 법이지만 남아선호사상이 사라져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헌재는 28일 의료법 20조 2항에 대해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태아 성별 고지 제한은 태아 생명 보호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했다.

태아 성별 고지 제한은 1987년 도입됐다. 남아선호사상에 따라 태아의 성을 선별해 출산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출생아 성비가 불균형해진데 대한 대안이었다. 1994년에는 이를 위반한 의료인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형사 처벌 조항도 마련됐다. 이후 2009년 임신 32주 전까지만 성별 고지를 금지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헌재는 태아 성별 고지 금지를 고수할 배경이 사라졌다고 봤다. 헌재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2년 출생성비는 104.7명(여아 100명당 남아의 숫자)이다. 출산 순위별 출생성비는 첫째아 104.9, 둘째아 104.8, 셋째아 이상 103.9로 모두 자연성비의 정상범위 내”라며 “국민의 가치관 및 의식 변화로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모가 태아의 성별을 알고자 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욕구다. 태아의 성별을 비롯해 태아에 대한 모든 정보에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마땅한 권리”라며 “심판대상조항은 낙태를 유발시킨다는 인과관계조차 명확치 않은 태아의 성별고지 행위를 규제해 정보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