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판매 내부통제 미비’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징계 취소소송 승소

서울중앙지방법원[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았던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징계 수위를 다시 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은 금융당국의 징계가 적법했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함 회장 징계 근거였던 내부통제 기준 관련 의무를 구체화해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9-3부(조찬영·김무신·김승주 고법판사)는 29일 하나은행과 함 회장 등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낸 업무정지등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함영주에 대한 징계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전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떨어지면서 DLF에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DLF를 판매한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이라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안정 추구형 투자자들에게도 판매해 손실 규모가 컸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3월 5일 하나은행에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 제재와 과태료 167억8천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회장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문책경고) 처분을 내렸다.

하나은행과 함 부회장 측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불완전 판매 손실이 막대한데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함 회장 중징계 이유였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중 일부만 인정돼 새롭게 징계 수준을 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내부통게 기준 마련 의무를 ‘기준 마련’과 ‘기준 준수’로 구분해 판단했다. 기준 자체를 만들었는지 여부를 보다 세밀하게 살펴본 것이다.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관련 처분사유 10개 중 2개만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처분사유 10개 중 8개를 인정했는데, 2심 재판부가 기준 마련과 기준 준수를 구분하면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으로 인정되는 사유가 크게 줄어들었다.

재판부는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만 인정돼 (금융당국) 재량권 행사의 기초가 되는 사실 인정에 오류가 있다. 이를 고려해 징계 수위를 다시 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나머지 8개 항목은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에 해당해 징계 사유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나은행의 DLF 불완전 판매에 대한 징계는 1심과 동일하게 처분이 적법했하다고 판단했다. 하나은행이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프라이빗뱅커(PB)에게 상품 안내를 소홀히해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은 상품위원회 단계에서 DLF 수익성에 치중했고 수익과 위험에 관해 균형을 상실한 정보를 제공했다”며 “이에 따라 광범위한 불완전판매 사태가 유발됐다”고 했다.

아울러 1심에서 부정됐던 금감원 검사 업무방해가 2심에서는 인정됐다. DLF 불완전 판매 자체 점검 자료를 삭제하고 검사자료를 허위·지연 제출해 금융감독원이 하나은행의 검사 업무에 실질적인 지장을 줬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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