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의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홍콩 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금융당국에 대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 L F) 중징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사실상 승소하자 과거 당국의 제재가 과했다는 비판이 재점화되고 있다. 당국은 당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이 고위험 상품을 걸러내는 시스템을 마련/준수하지 않았다며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는데, 투자 상품이 손실난 사태로 기업 및 임원에 과도한 책임을 물었다는 게 금융권 반응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회장은 전날 열린 DLF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하나은행장이었던 함 회장이 펀드판매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10개 항목 중 7개를 모두 위반했다며 당국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번 2심에선 10개 중 2개만 위반했다고 봤다. 나머지 8개 항목은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에 해당해 징계사유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게 2심 판결이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2년 전 금융당국이 CEO가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중징계를 내렸을 때 금융권이 반발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당시 금융권은 ‘내부통제 마련’의 의미와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고 반발했다.
향후 금융상품에서 손실이 날 때마다 CEO에게 책임을 묻는 것 아니냐는 반박도 나왔다. 금융당국이 향후 비슷한 사고가 터질 때마다 금융사를 압박할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사법부의 판결을 받아보기로 결정하며 당국 제재에 이의를 제기한 배경이다.
반면 금융당국의 입장은 달랐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DLF를 대량으로 판매한 건 다른 은행들과 달리 두 회사가 수수료 수익을 무리하게 늘리려는 경영 전략을 세운 결과라는 논리였다. 직원들의 핵심성과지표(KPI)에도 이같은 전략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또 CEO가 직원들과 주주에 피해를 주고도 법망을 피해가는 선례가 돼선 안 된다는 입장도 펼쳤다.
금융당국은 함 회장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 중 일부 제재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제재수준(문책경고 상당 통보)가 과도하다며 제재처분을 취소하되, 제재양정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 등 향후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은 해당 판결이 향후 금융당국의 제재 수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당국 상고심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상품이 손실 날 때마다 금융권 배상이 정례화된 것처럼 감독당국이 사소한 일로 임원진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