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경쟁이 이어지며, 주요 은행들이 지난 1월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중 3%대 금리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90%가량의 주담대를 3%대 금리로 실행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달을 기점으로 주요 은행들의 금리 인상 기조가 시작되면서 점차 소비자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방침에 따라, 은행들이 대출 ‘속도조절’에 나선 셈이다.
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 1월 새로 취급한 주담대(분할상화방식) 금리는 평균 4.02%로 전월(4.15%)과 비교해 0.13%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4.56%)과 비교해 0.54%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저금리 주담대 취급 비중도 상승했다. 4대 은행이 지난 1월 취급한 주담대 중 3%대 비중은 평균 60.6%로 전월(35.2%)과 비교해 25.4%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1.16%에 불과하던 3%대 주담대가 두 달 새 과반으로 불어난 셈이다. 이는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이같은 현상은 올 들어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 경쟁이 본격화된 영향이다. 올해 주담대가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에 포함되며 은행권의 ‘고객 확보’ 경쟁에는 불이 붙었다. 4%대를 상회하던 은행권 주담대 고정금리 하단은 현재 3%대 초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저금리 기조는 인터넷은행에서 더 또렷하게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2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이 지난달 새로 취급한 주담대 중 3%대 금리 비중은 평균 89%로 지난해 11월(1.16%) 이후 급격히 불어났다. 지난해 12월(75.4%)과 비교해서도 20%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주담대 대출금리 또한 지난달 기준 3.7%로 지난해 11월(4.39%)에 비해 0.69%포인트가량 빠른 속도로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에 비해 판관비 등 비용적 측면의 강점이 있어 마진율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금융당국에서 지적하고 있는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서도, 비교적 시중은행들에 비해 부담이 덜 해 가능한 결과”라고 말했다.
서울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
실제 시중은행들의 경우 ‘고객 확보’와 ‘가계대출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대출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상승률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따라, 주요 금융지주들 또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목표를 정한 까닭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예대금리차는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수익)에서 저축성수신금리(비용)를 뺀 수치로, 수익성 판단 지표로 활용된다.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주담대 예대금리차는 0.23%포인트로 전월(0.62%)과 비교해 0.39%포인트 줄어든 바 있다. 하지만 올 1월 다시금 0.31%포인트로 한 달 새 0.08%포인트 늘었다. 이는 준거금리로 작용하는 은행채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하락분을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서울 한 아파트 단지 풍경.[연합] |
은행들에서는 이달 들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담대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7일 주담대에 적용하는 가산금리를 0.2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3일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05~0.2%포인트씩 올렸다. 우리은행 또한 관련 상품 금리를 0.1~0.3%포인트가량 상향 조정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에 적용되는 금리 혜택도 올 1월을 고점으로 해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가계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 또한 실행되며, 금리 경쟁의 동력이 되는 주담대 수요 또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시행 초기도 지나갔으니, 가계대출 관리에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