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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유명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BJ)에게 ‘별풍선’ 수천만원어치를 선물해 환심을 사고는 가상화폐 투자금 명목으로 10억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3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재판장 허경무)는 최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거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것을 불안해한다는 점을 이용해 추가적인 투자나 금전 대여를 요구했을 뿐 아니라 변제하라는 피해자들을 조롱하기까지 했다”며 “BJ는 전 재산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 등 피해자들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정신적 피해까지 봐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A씨는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피해자 2명에게 가상화폐 투자금 명목으로 30차례에 걸쳐 약 2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첫 피해자는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 BJ였다.
BJ는 2021년 6월부터 자신에게 별풍선 수천만원어치를 선물한 A씨를 눈여겨보다가 9월께 직접 연락했다. 이 과정에서 BJ가 주식·코인 등 투자 실패를 하소연하자 A씨는 코인 투자전문가 행세를 했다. A씨는 5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잔액이 찍혀 있는 내역을 보여주면서 “투자하면 2∼4배를 보장하고 손해가 나도 내 돈으로 메꿔주겠다”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너무 명성이 높아 기자들에게 시달렸고 개명까지 했다”, “다시 안 올 타이밍이고 기회를 놓치면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라는 식으로 꼬드겼다.
결국 BJ는 그해 11월께 A씨에게 1000만원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전 재산인 15억원을 보냈다. 두 사람이 실제로 직접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모두 카카오톡 등 온라인으로만 대화했다. BJ가 불안해하자 A씨는 2022년 1월에는 비트코인 잔액이 279억원으로 불어난 내역도 보냈다. 강남 지역에 집이 4채라고도 했다.
하지만 자료는 컴퓨터로 조작한 것으로 거짓이었으며 실제 A씨는 홍보 업체를 운영하다 폐업 직전에 몰렸고 채무는 7000만원이 넘은 상태였다. A씨는 가로챈 돈으로 별풍선 1억3000만원어치를 사들이거나 직원 월급 지급, 개인 채무 상환, 다른 가상화폐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마케팅용 블로그 매매를 하다가 알게 된 사업가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5억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에게 총 21억원가량을 뜯어낸 A씨가 돌려준 돈은 BJ 1억여원, 사업가 6천900만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