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2만명 거리로…상급종합병원도 응급환자 가려 받아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의대 정원 확대 반대 및 9.4 의정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전공의들이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나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대형 병원들도 응급 환자를 가려서 받는 실정이며, 수술 축소로 암환자 수술이 연기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이 나오지만, 아직 체감하기는 힘든 수준이란 분위기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병원은 전공의의 업무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수술과 진료를 줄이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빅5’ 상급종합병원은 아직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병원은 이미 수술을 50% 가까이 줄이면서 신규 환자의 입원과 외래 진료를 대폭 축소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교수와 전임의 등을 활용해 최대한 가동한다는 입장이지만 녹록지 않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응급환자라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성모병원은 얼굴을 포함해 단순히 피부가 찢기거나 벌어진 열상 환자의 경우 24시간 응급실 수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술과 진료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병원들은 간호사 인력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전공의 이탈로 인한 진료 공백에 대응하고자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조정하는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즉시 시작했다. 전국 수련병원장은 간호사의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병원장은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고 간호부서장과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은 진료 과목별 부족한 인력을 파악하고, 간호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전임의의 이탈 여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전임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한 뒤에도 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에 대한 연구와 진료를 이어가는 의사들이다. 교수들과 함께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을 메워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전임의 수가 소폭 줄어들긴 했으나, 아직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임의 수는 225명, 이달 전임의 수는 215명이다.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은 내주께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와 전공의의 ‘강대강’ 대치가 돌이킬 수 없을 수준이란 진단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이제 파국이고, 회복 불능 상황이 됐다”며 “각 수련병원은 지금의 인력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아예 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환자 중심 진료체계를 구축하고, PA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해서 일반 입원환자 진료에 차질 없게 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은 환자를 더 줄여야 하고, (환자들은) 불안하거나 마음에 안 들어도 (큰 병원 아닌) 평소에 잘 가지 않던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고 봤다.

이날 선배 의사들은 거리로 나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규탄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의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오히려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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