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사 ‘4만명’ 여의도 결집…“더 이상 물러날 곳 없다”

3일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3일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열렸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되면서 의정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궐기대회에 의협 측은 모두 4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의협 측은 의사들에 대한 정부의 압박을 규탄하며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의협은 이번 궐기의 성격을 ‘정부 정책에 항거하는 대장정의 시작점’이라고 선포한 바 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로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도환승센터 인근은 인파로 북적였다. 의협 측은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으로 전국 각지에서 4만여명의 의사 및 의사 가족들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이날 집회엔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의협 관계자들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차기 회장 등 의사 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저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어깨 띠를 두르고 있었다. 이들은 또 ‘준비 안 된 의대 증원 의학교육 훼손된다’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의대 증원 결사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원점 재검토’라는 흰 글씨가 쓰인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했다.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참석자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안효정 기자

강원도 원주의 한 2차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 A씨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일찍 서울로 왔다고 했다. A씨는 “지금 수련병원도 부족한데 2000명 증원은 말도 안 된다”며 “의대생이 졸업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받지 않으면 결국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는 B씨는 “필수의료 문제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의대 증원으로 이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건 완벽한 오진”이라며 “잘못된 것을 알리기 위해 왔다”라고 했다. 충청북도 충주에서 온 의사 C씨도 “정부는 의대생 교육 시설과 의대생을 가르칠 교수진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고 무작정 의대생을 2000명 늘리겠다고 한다”며 비판했다.

이날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집회 참가자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으며 가장 먼저 단상에 올라 대회사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으로 시작한 이번 투쟁은 미래 의료 환경을 제대로 지켜내기 위한 일인 동시에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한 의사의 고뇌가 담긴 몸부림이자 외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중생을 구하기 위해 자기 몸을 태워 공양한 등신불처럼 정부가 의료 체계에 덧씌운 억압의 굴레에 항거하고 의료 노예 삶이 아닌 진정한 의료 주체로 살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난 전공의의 결정을 지지하고, 정부 탄압으로부터 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는 함께 모였다”며 “조용한 의료 체계에 던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이란 큰 파장을 함께 극복하자.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진 격려사에서 이정근 의협 회장 직무대행은 “의료계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우리는 비민주적인 정부의 태도를 바라만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으며,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자는 달콤한 유혹으로 시작한 의료 현안 협의는 의대정원 2000명 확대라는 폭탄으로 되돌아 왔다. 우리의 뜻을 이루는 그 날까지 대동단결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자”라고 투쟁 의지를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퍼포먼스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주제곡과 가수 양희은의 곡 ‘상록수’ 공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의협은 두 곡이 정부에 대응하는 의사들의 투쟁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명하 비대위 조직위원장과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인숙 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의 결의문 낭독에는 집회 참가자들의 구호제창 목소리도 커졌다. 참가자들은 “정부는 의료비 폭증을 불러올 수 있는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하라”, “정부는 의대교육의 질 저하와 의학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등의 발언에 맞춰 열띤 호응과 함성을 보냈다.

이날 집회는 당소 예정 종료 예정시각인 오후 5시보다 1시간여 빠른 오후 3시 50분께 종료됐다. 집회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참가자들이 해산하며 “김택우 화이팅” 등 의협과 의사 단체 관계자들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원에 대해 의협 측은 ‘4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경찰 측은 집회 시작 후 30분께인 이날 오후 2시 30분 기준 8500~9000명 가량으로 집계됐다고 했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1시 20분께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찰은 집회에 대해서 보장하겠지만 불법 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조치할 계획”이라며 “일부 언론사에서 보도된 집회 참가 강요 부분에 대해 단호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은 이어 “지난 1일 일부 의협 사무실과 관계자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진행과 동시에 이들에게 출석 요구를 했고 추가로 4명에 대해 출국 금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경찰은 가용 수사력을 총동원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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