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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태영건설의 작업자 임금체불 문제로 골조 공정이 중단된 서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건설 현장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지난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등 건설사 부도가 현실화되면서 주택 공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F 주택 공급이 급감하면 경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 공급 시그널을 계속 주는 등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3일 ‘2024 KB 부동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은 38만9000호로 전년 동기 대비 25.5% 감소했다. 이는 과거 10년 평균 대비해서도 31.4% 감소한 수치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기에 주택 공급 신규 사업 급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최근 주택공급 급감 현상은 양호한 사업장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에서 좀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보고서는 “단순히 경기 침체 영향이 아니라 사업비 증가로 인해 비교적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 역시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주택 공급 감소가 더 심각한 경기 불안을 자아낼 수 있다는 우려다. 보고서는 “주택 공급 급감은 주택 경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시장에 지속적으로 공급 신호를 주고, 우량 사업장을 지원하는 정책적 집중이 필요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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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024 KB부동산보고서 |
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건 PF 사업장이 자금 경색 등으로 사업의 진도를 더 내고 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과거 금융위기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분양가 상한제 회피를 위한 주택 공급이 급증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적체로 연결됐다.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면서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기 시작했으며 2010년 이후 PF 부실로 이어졌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PF 부실 우려가 컸던 2023년에 오히려 미분양 아파트가 1만호 감소했다. 주택경기가 더 악화되기 전에 분양을 마치려는 건설사의 밀어내기식 물량이 증가하면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사업 진행에 문제가 생기면서 분양 물량이 줄어들어 오히려 미분양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완만하게 감소하고 있으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해 부동산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건설 사업 호황과 불황을 구분하는 잣대이기는 하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건설사에 주는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다. 현재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2023년 12월 기준 1만857호로 2022년 말 대비 3000호 가량 증가했다.
보고서는 “과도한 우려는 오히려 자금을 경색시키고 PF 부실을 키울 수 있다”며 “시장이 과도하게 경직될 경우 우량한 사업장마저 사업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PF 시장의 리스크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관련 사업자들 역시 지속가능한 사업장과 부실 사업장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거쳐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PF 사업 구조 상 개별 사업장의 부실이 건설사의 부실로, 그리고 건설사가 보유한 전 사업장, 관련 금융기관, 그리고 수분양자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현명한 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