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2023년 인도한 15만8000t급 원유운반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국내 ‘빅3’ 조선업체 중 하나인 HD한국조선해양이 2개월 만에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의 절반을 채웠다. 친환경 가스선에 더해 국내 조선사의 주력 선종이 아니었던 탱커(원유 관련 제품 운반선)의 발주 증가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28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3439억원에 수주했다 이로써 66억달러 상당의 총 52척(해양 1기 포함)을 수주, 연간 수주 목표(135억달러)의 48.9%를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연간 수주 목표는 작년 목표치(157억4000만달러) 대비 14% 낮아진 135억달러다. 목표를 낮춰 잡기는 했지만 이례적으로 빠른 목표 달성 속도라는 해석이다. 회사는 2021∼2023년 3년 연속 연간 수주 목표를 조기 달성했지만, 2월 말 기준으로 2021년과 2022년, 2023년의 수주 달성률은 각각 22.7%, 29.0%, 38.8%에 불과했다.
수주 강세를 견인한 건 암모니아 운반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친환경 가스선이다. 특히 회사는 수소의 운반 수단이자 무탄소 연료로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 운반선을 올해 들어 15척을 수주했다. 더불어 한동안 주춤했던 탱커 수주가 늘어난 점도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 17척과 초대형 VLCC 2척, 수에즈막스급 VLCC 2척을 수주했다. 특히 업계는 회사가 3년 만에 VLCC 건조계약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또 다른 빅3인 한화오션도 지난달 2021년 이후 3년 만에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VLCC 2척을 수주했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VLCC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조선·해운 전문지인 트레이드윈즈는 국내 조선사들의 경우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LNG 운반선 건조에 특화돼 상대적으로 VLCC에 관심이 적었다고 분석한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발주된 VLCC 35척은 중국(31척)과 일본(4척)이 나눠 수주했다.
하지만 최근 VLCC 수주잔고(남은 건조량) 비중이 급감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폭풍으로 장거리를 운송해야 하는 원유량이 늘면서 올해에는 VLCC 발주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선사 DHT홀딩스에 따르면 글로벌 수주 잔고에서 VLCC 비중은 3% 아래로 떨어졌고, 2026년 말이면 현재 운항 중인 원유 운반선 절반이 선박 연령이 15년 이상인 노후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