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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프랑스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가 됐다. 반면 미국에선 낙태권이 대선 이슈로 떠오르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낙태가 엄격히 금지되는 등 여성의 낙태권을 두고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프랑스의 헌법 개정안 승인을 보도하면서 낙태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거나 금지하는 다른 국가들의 실태를 보도했다. 낙태권을 두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생명 존중’의 논리는 끝없이 충돌하는 가운데 낙태에 어느 선까지 제한을 둬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한 상황이다.
앞서 프랑스 상원과 하원은 4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안을 표결한 끝에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가결, 여성의 낙태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헌에 따라 프랑스 헌법 제34조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단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헌법에 명문화된 셈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AP] |
미국에서는 낙태 문제가 11월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임신 6개월까지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연방이 아닌 주(州) 차원으로 판단을 넘기면서 이 같은 논쟁은 한층 첨예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1일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인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숀 해니티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낙태 금지 시점과 관련,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나는 점점 더 15주에 대해서 듣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낙태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복구할 것이고 그것을 다시 이 나라의 법으로 만들 것”이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를 전국적으로 금지할 것이며 그것이 11월 대선에 걸린 것이다. 선택은 간단하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여성 인권 운동가들이 최근 폴란드의 제한적 낙태법 강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동안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 |
폴란드의 경우 낙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지난 2021년 시행된 낙태금지법으로 임신부의 생명이 위협받거나 성폭행 등 범죄로 인해 임신한 경우를 제외하곤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태아에게 치명적인 기형이 진단돼도 낙태가 허용되지 않는다.
낙태를 원하는 임산부를 지원하는 단체와 활동가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낙태 지원 단체 ‘낙태드림팀(ADT)’의 공동 설립자 유스티나 비진스카는 가정폭력 피해 임산부에게 우편으로 낙태약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영국은 폴란드에 비해선 유한 수준에 속한다. 그러나 1861년 제정된 낙태법으로 인해 낙태는 여전히 범죄에 해당한다. 임신부의 낙태에 있어서 상당부분 제약이 따르는 대목이다.
먼저 임신 10주 이후에는 진료소에서 시술해야 한다. 낙태약을 구매할 경우엔 의사 2명의 허가가 없다면 기소될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임신 32주가 넘은 여성이 전화 상담에서 10주 이내로 속여 낙태약을 우편으로 배달받아 먹었다는 이유로 28개월 징역형을 받으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현지 매체인 프랑스 24는 “영국에선 낙태가 범죄이기 때문에 낙태 시술을 받은 것만으로도 임신부가 기소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낙태를 한 여성이 수감되는 등 낙태에 대한 유죄 판결도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낙태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하는 범유럽 자선단체인 SAFE(Supporting Aborts for Everyone)의 공동 설립자인 마라 클라크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낙태를 시행하거나 의료 시스템 밖에서 낙태를 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첼 플로어 파르도 변호사는 “여성 인권에서는 상징이 중요하다”며 헌법 개정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