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장례식.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모스크바에 주재하는 유럽연합(EU) 국가 대사들이 러시아 외무장관의 대화 요청을 거부하자 러시아 정부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앞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장례식에는 참석한 점을 언급하며 비판에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유명 앵커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가 진행하는 TV 프로그램에 나와 "가장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왜 우리나라에 있는 것이라고 해석해야 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은 이달 15∼17일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럽연합(EU) 국가 대사들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려고 했지만 대사들이 예정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거절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전날 세계청년축제에서 연설하면서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다른 나라에서 자신의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들은 그 나라에서 정보를 전달할 일이 있을 때 초대된다"며 "그러나 그들(EU 국가 대사들)은 더는 그 일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EU 국가 대사들이 지난 1일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장례식에는 참석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그들은 러시아의 내정에 간섭하고 외교가 아닌 '공연'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나발니의 장례식에는 린 트레이시 미국 대사, 피에르 레비 프랑스 대사, 알렉산더 그라프 람스도르프 독일 대사 등이 참석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유럽 대사들이 러시아 반정부 세력을 지원하려고 한다는 정보도 입수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 "라브로프 장관과 대화를 거절한 대사들을 러시아에서 추방하고 해당 국가와의 외교 관계도 격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에는 람스도르프 독일 대사가 이른바 '타우러스 녹취'와 관련해 러시아 외무부에 초치되는 등 러시아와 서방 대사들의 사이가 연일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최근 독일군 고위 간부들이 타우러스 미사일로 크림대교를 타격하는 가능성을 논의한 녹취가 공개된 것에 대해 람스도르프 대사에게 항의하고 해명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외무부는 독일이 러시아 특파원들의 독일 내 활동을 제한하려고 한다면서 "러시아 특파원들을 건드리면 독일 기자들은 러시아를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