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을 거두면서 오는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은 사실상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 매치로 확정됐다.
국민 직접 선거로 대통령을 뽑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들이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어느 후보에게 밀어줄지 투표로 결정하고 이들 선거인단이 다시 대통령을 뽑는 간접선거다.
또한 득표율이 높다고 무조건 당선되지 않는다.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50개주 대부분이 한표라도 많은 표를 차지한 후보에 주별 선거인단 표 전체를 몰아주는 승자독식 선거인단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어느 후보가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각 후보의 지지세가 확고한 텃밭보다는 경쟁이 치열한 경합주(스윙스테이트)의 표결 결과가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6년과 2020년에 치러진 이전 대선 당시 각 당 후보의 득표율과 최근 여론조사 평균 결과를 통해 이번 대선 판세를 좌우할 스윙스테이트 6곳을 꼽았다.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조지아(16명)·미시간(15명)·네바다(6명)·펜실베이니아(19명)·위스콘신(10명) 등이다. 이들 주 대부분은 2016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20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을 택했다.
각 주 별로 파급력을 미치는 정치적 이슈가 다른 만큼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후보도 주 별 맞춤형 정책을 내세우며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 주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단 0.3%포인트 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 격전지 중 격전지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 상 현재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후보를 5.5%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 주가 멕시코와 약 6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 이민 정책은 가장 폭발력을 가진 이슈다. 특히 불법 이민이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든 행정부도 애리조나 주의 투손 지역에서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이 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예산 법안을 상원에서 추진했지만 공화당이 반대한 것 역시 이민문제를 주요 정치 이슈로 남겨 두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도로 해석된다.
조지아 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전복 혐의가 발생했던 곳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어 유권자들이 어느 쪽 주장에 귀를 기울일지가 관심사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투자가 조지아주에 집중된 점도 변수다.
아랍계 미국인 유권자가 10만명이 넘는 미시간 주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인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 지난달 27일 치러진 미시간 경선에서 ‘지지후보 없음’이 10%대를 기록하면서 4년 전 이곳에서 승리했던 바이든 대통령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만 FT는 자동차 제조업 등에 종사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이 전체 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론조사에서 유일하게 우세를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다만 셰일 가스 산업이 집중된 서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천연가스 수출 중단 정책이 경제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이 펜실베이니아에 타격이 될 것이라며 화살을 돌리고 있다.
공화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위스콘신에서는 지난해 대법관 선거를 통해 보수 우위 구도가 깨지면서 낙태 금지 이슈가 전면에 떠올랐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1월 위스콘신 주에서 낙태권 지지를 위한 전국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바이든 캠프에서는 낙태권 문제를 전체 선거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좋은 카드 여롤기고 있다.
한편 2008년 이후 네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온 네바다 주에서는 지난 2022년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선출되는 등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경합주 여론조사 중에서도 가장 큰 격차를 보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는 상황이다. FT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카지노 산업이 붕괴하면서 실업률이 50개 주 중 최고치인 5.3%에 이르는 등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네바다 주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경합주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측이 앞서나가는 모양새지만 바이든 측에도 희망은 남아있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여론조사 결과보다는 약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시간 주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선거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일부 주에서는 여론조사가 트럼프의 우위를 과대 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