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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비트코인을 채굴해 주겠다고 속여 수억 원을 가로챈 가상화폐 전문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장성훈 부장판사)는 지난달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가상화폐 채굴장비 개발업체 대표이자 가상자산 거래소 KCX 대표를 역임한 A씨는 2019년 10월 B씨에게 “카자흐스탄에서 비트코인 채굴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투자를 하면 그 채굴장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해 주겠다”고 속여 B씨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비트코인과 현금 등 5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비트코인을 채굴할 정도로 사업이 진행된 사실도 없었고, 운영하던 회사 역시 세금을 체납하고 소속 직원들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A씨는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자체 개발한 비트코인 자동거래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볼 수 있다”거나 “코인 채굴장비 구매비용을 대면 수익을 절반씩 나눠주겠다”는 등 재차 B씨를 속여 4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도 있다.
A씨는 2022년경 카자흐스탄의 채굴장 운영이 금지돼 B씨에게 비트코인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기망이나 편취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비트코인을 채굴해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피해자로부터 합계 5억여 원 상당의 현금과 비트코인을 송금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트코인 자동거래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할 계획이 없었고, 코인 채굴장비를 구매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금전을 가로챘다”며 “피고인은 상당 기간에 걸쳐 비트코인 또는 채굴기를 운영한다는 등 여러 명목으로 피해자로부터 돈이나 비트코인을 가로챘고, 그 피해액이 합계 9억 원을 넘어 범행의 수법, 피해의 규모 등에 비춰 피고인의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동종 범죄를 저지르거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며 “피고인이 카자흐스탄에 채굴기를 매수했던 사정 등에 비춰볼 때 범행 중 일부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