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간부, 첫 경찰 조사서 “우리는 허위선동에 맞서…정부 고집 꺾어야”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6일 오전 의료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했다. 의협 간부 가운데 처음 소환 조사를 받는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사들은 정부의 허위선동에 맞서는 중이라며 정부가 고집을 꺾고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공의 집단사직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는 의협 전현직 간부를 이날부터 소환해 조사한다. 처음으로 소환조사를 받는 인사는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다.

주 위원장은 소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교사·방조 혐의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 “숨길 것도 없고 숨길 이유도 없기 때문에 편안하게 왔다”면서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집단으로 사직을 하고 있는 걸 (의협이) 알고도 가만히 뒀다는 건데, 교사한 적이 없기 때문에 교사죄라는 것이 성립이 안 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현재 의사협회는 가짜뉴스와 허위 선동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방문을 했을 당시 하버드 케네디 스쿨을 방문해서 허위 선동과 가짜뉴스로부터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씀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의료제도가 이 순간 몰락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고위 관리들이 사이비 관련 학자에게 놀아나고 있다. 우리 의사들은 집단 이기주의이고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치부되고도 있다. 의대 정원 증원만이 이 모든 사태의 해결책인 것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여론을 조작해갔다”며 “우리 의사들은 이런 정부의 잘못된 주장에 맞서 가짜뉴스와 허위 선동에 맞서 싸우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사태에 대해 ‘비폭력 무저항 자발적 포기 운동’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더 이상 우리 의사들의 자발적 포기라는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고 빨리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부의 고집을 꺾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9일 오전 10시에는 노환규 전(前) 의협 회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후 12일 오전 10시에는 김택우 비대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을 소환한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 회장은 7일 소환 조사 예정이지만, 일정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위원장은 임 회장의 소환 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해 “페이스북에 후배들을 격려하는 글을 썼다고 교사, 선동이란 죄목을 달았다는 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게 안타깝다”며 “임 회장은 변호인단이 고발장을 보자고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어 출석일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과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복지부는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관여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 및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들의 이탈을 주문하거나 지지해 전공의가 속한 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1일에는 의협 전현직 간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내 비대위 사무실, 김 비대위원장의 자택 등지에서 의협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의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에 있던 노 전 회장에 대해서는 지난 4일 귀국하는 노 전 회장 일정에 맞춰 공항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전현직 간부들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졌다.

의협이 경찰의 강제수사 이후 파쇄업체에 의뢰해 대량의 보안문서를 폐기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제기되면서, 수사의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서울경찰청에 이들을 증거인멸교사혐의로 고발했다. 의협은 압수수색 이후 서류를 파쇄했고, 개인정보가 담긴 의료 관련 서류는 정기적으로 파쇄해야 하기 때문에 매분기마다 이뤄지는 통상적인 업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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