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생활비마저 마통 뚫어야 하나”…폭주하는 물가에 소득은 제자리, 소비도 줄인다

채소·과일 등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잡힐 만하면 다시 치솟는 물가에 내수 회복은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이 누적되면서 가계의 이자비용은 증가하고,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소비여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신선식품 등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높은 수준의 체감 물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소비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77(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으나,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신선식품지수는 신선과실이 41.2% 오른 영향으로 20.0% 상승했다. 신선과일은 1991년 9월 43.9% 오른 뒤 3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설 연휴 전후 수요가 몰렸던 사과(71.0%), 배(61.1%)의 상승세는 여전했고 대체 수요를 흡수했던 귤(78.1%)은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신선채소도 12.3% 올랐는데, 지난해 3월 13.9% 오른 뒤 11개월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과일은 지난해 작황이 좋아 가격이 낮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도 더해졌다”면서 “귤은 노지 귤 출하량 감소에 더해 과실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높게 형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3.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월(4.5%) 정점을 찍은 후 올해 1월(3.4%)까지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넉 달 만에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최근 수출과 내수 경기의 온도 차 속에 정부는 내수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누적된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02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9% 증가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질 근로소득은 1.9% 줄며 5분기 만에 감소로 돌아섰고, 실질 사업소득도 5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질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모두 줄어든 건 코로나 19가 확산한 2021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이다.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83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5.1% 늘었는데, 지출 증가율이 1년 반째 소득 증가율을 넘어섰다. 물가 상승 탓에 소득이 늘어나는 것보다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얘기다. 지난 4분기에는 월세 등 실제 주거비가 12.3% 늘면서 소비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자비용(20.0%)은 고금리로 인해 전 분기에 이어 20%대 증가율을 보였다.

앞서 주요 기관들은 당초 관측보다 내수 부진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은행은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이 1.6%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전망치(1.9%)보다 0.3포인트 내려 잡은 것으로, 고물가·고금리에 따라 재화 소비를 중심으로 부진 흐름이 계속되는 등 회복 모멘텀이 예상보다 약화됐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올해 민간소비가 종전 전망치(1.8%)보다 낮은 1.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첫 달 소매판매지수가 전달보다 0.8% 오르는 등 얼어붙었던 소비에 일부 온기가 도는 모습도 포착됐으나, 정부 역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초 소비자 증가세는 일회성 요인이 크다”면서 “지속적으로 반등할지는 1분기가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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