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팔로 글로브의 한 편의점에 붙은 구인 광고 [AP]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급증하는 이민자에 대한 반발하는 유권자들이 늘면서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턱없이 부족한 일손을 구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이민을 확대해야 하는데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산업별 경제 단체들은 대선 기간을 앞두고 정치권에 이민 정책 개선을 위한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종합건설사협회(Associated General Contractors of America)는 이민 확대를 위한 첫번째 타겟형 광고를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장비 제조업체가 모인 AED(Associated Equipment Distributors)는 회원사들을 워싱턴DC에 집결시켜 합법적 이민 확대를 위한 로비에 나섰다.
14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을 포함하는 미국기업이민연합(American Business Immigration Coalition)은 지난해 소기업들로부터의 기부금이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선과 상하원 선거가 있는 올해는 보다 많은 기부금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각 산업 단체가 이민 확대를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것은 최근 격렬해지고 있는 반 이민 정서로 이민 유입이 줄면서 노동력을 구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약 900만개의 일자리가 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는 실업자 1명당 1.4개의 빈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베이비 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고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멕시코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유입되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합법 및 서류 미비 포함)는 49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했는데 이는 약 건국 직후 유럽으로부터 이민이 대거 증가했던시기 이후 가장 높은 것이라고 보수 싱크탱크 이민연구센터가 밝혔다. 또한 지난해 미국 민간 노동력 중 외국에서 태어난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8.6%로 높게 나타났다. 미국 태생의 노동자들이 거의 증가하지 않는 데 반해 이민자 출신의 노동자들은 매년 3~8%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늘어나는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공포 심리가 확산되면서 반 이민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재선 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 이민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1~20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5%가 불법 이민문제가 미국의 핵심 이익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답변했다. 이는 직전 최고치인 2004년(50%) 보다 5%포인트 더 높은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0%는 이민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대선 이슈로 뽑았다.
이같은 여론에 대해 미국종합건설사협회 협회의 브라이언 턴메일 호보 및 전략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은 “미국인들은 자녀들이 건설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은 원하지 않으면서도 수 많은 건설현장에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정책적 정신분열증”이라고 비판했다.
이민에 대한 대중의 우려와 달리 미 의회 예산국은 이민이 노동력을 확대하고 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향후 10년 동안 미국 경제에 약 7조달러의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방 정부의 세수도 1조달러 가량 늘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미국 정치권이 합법적 이민 확대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유권자의 눈치를 보며 관련 법안 통과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이후 임시 취업 허가 건수를 늘리기 위한 초당적 법안과 비자 적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이민 관련 법안 등 360여개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돼 있다.
전국소매업연맹(National Retail Federation)의 에드윈 에지 인력 개발 담당 부사장은 “모두가 문제라고 동의하는 문제를 정치가 해결하지 않고 방해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