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 병원[연합] |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의대 정원 정책에 반발해 의과대학생들의 휴학 신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배와 학생대표 등이 집단행동 참여를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전공의 모임인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최근 자신을 비수도권 의과대학 본과생이라 밝힌 A 씨의 글이 올라왔다.
A 씨는 “많은 의대생들이 그렇듯 저 역시 휴학계를 제 손으로 제출했다”면서도 “휴학계를 직접 냈다고 해서, 제 휴학이 온전한 자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A 씨에 따르면 휴학계 제출을 망설이는 학생들은 학생 대표가 개별적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그는 “동기와 선후배들이 강경 대응을 외치는 분위기”라며 “개인 사정으로 휴학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수업 거부로 이 집단행동에 동참하기를 요구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의과대학 학생들은 다른 의견을 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 의대와 병원은 교수와 선배가 진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좁고 닫힌사회”라며 “의대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동료들과만 어울리며 폐쇄적인 의대생, 의사 집단의 세계관을 내면화한다”고 전했다.
이어 “주류 의견과 결을 달리하는 학생들은 의견을 내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동기가 동료가 되고, 학교가 직장이 되는 이 사회의 생리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 씨는 “의대생일 때 의대 내부의 다원성을 이해할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이 의사가 되어서 환자 집단의 다원성을 성숙하게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의학 교육 역시 다양성에 대해 의대생들이 많은 고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지난 4일 오후 6시를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절차 등을 지켜 정상적으로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은 5401명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 8793명)의 28.7%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