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5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압승을 거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재대결을 벌일 것으로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전례가 드문 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112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는 사례다. 또한 둘 중 누가 승리하더라도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도전한 사례는 1912년 이후 112년 만이다.
26대 대통령인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공화당을 탈당해 대선에 다시 출마하면서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이자 현직(27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와 경쟁을 벌였다. 결국 공화당 표가 분열되면서 민주당 후보였던 우드로 윌슨(28대)이 승리했다.
그 이전에는 1892년에 현직이었던 벤저민 해리슨(23대, 공화)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인 그로버 클리블랜드(22대, 민주)가 맞붙어 클리블랜드가 당선된 바 있다.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클리블랜드 전 대통령 이후 132년 만에 미 역사상 두 번째로 ‘징검다리’ 재집권에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은 미 역사상 두 번째로 동일한 후보가 다시 맞붙은 사례이기도 하다.
이전 사례는 1956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34대, 공화) 당시 대통령이 애들레이 스티븐슨 민주당 후보와 두 번째로 대결한 것으로,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연이어 승리를 거뒀다.
두 후보가 역대 최고령이라는 점도 이번 대선의 이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 82세에 새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는 78세였던 2021년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웠는데, 재선에 성공하면 스스로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당시와 마찬가지로 78세에 대통령직을 시작하게 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20일생,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월 14일생이어서 취임 시 나이가 약 5개월 더 많게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45대 대통령에 취임했을 당시 나이는 70세였다.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 나이가 가장 많았던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으로, 1981년 첫 임기 개시 때 69세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취임 이전인 2011년 조사 때 역대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이번 대선은 일찌감치 양당 후보의 윤곽이 정해지면서 11월 5일 선거일까지 장장 8개월 동안 본선 선거운동을 벌이게 됐다.
미국의 대선 경선은 통상적으로 1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2월을 거친 뒤 15개 안팎의 주에서 프라이머리(예비선거)나 코커스를 동시에 실시하는 3월 첫 주의 ‘슈퍼 화요일’을 거치며 우세 후보가 드러나는 구조다.
이전에도 슈퍼 화요일에 양당의 후보가 사실상 결정된 사례는 있었지만 당내 경선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아 1970년대 이후엔 평균적으로 양당 대선 후보가 정해지기까지는 아이오와 코커스 이후 3∼4개월이 걸렸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아이오와 코커스부터 슈퍼 화요일까지 양당 후보가 사실상 확정되는 데까지 51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말 이번 대선이 두 후보에게 “지구력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이들의 캠페인은 길고 지루한 싸움에서 어떻게 페이스를 조절하고 자금 모금과 지출 방식을 조정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