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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 당선인의 직업을 살펴본 결과 역시 ‘법조인’이 최다를 차지했으며, 이같이 특정 직업집단이 의회를 과다대표하는 것은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6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1대(2020~2024년) 국회에서 의원 300명 중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5.3%(46명)를 차지했다. 지난 총선에 출마한 법조계 출신 후보는 117명이며 당선율은 39.3%에 달했다. 장기적으로 봐도 ▷20대 총선에 126명의 법조인이 출마해 49명(38.9%) 당선 ▷19대 총선에 104명이 출마해 42명(40.4%) 당선 ▷18대 총선에 121명이 출마해 59명(48.8%) 당선되는 등 꾸준히 100명 이상의 법조인이 출마해 40%를 넘나드는 당선율을 보였다.
21대 의원의 직업분포를 살펴보면 정당인 64명(21.3%), 법조계 46명(15.3%), 관계(공무원) 43명(14.3%), 지방선출직(지방의원·단체장) 39명(13%), 사회단체(시민사회·노동조합) 37명(12.3%), 언론계 26명(8.7%) 순이었다. 입법조사처는 “정당인은 정당 사무처나 의원 보좌진 등이 포함되는 탓에 단일직군이라기보다는 포괄적인 직업범주”라며 “단일 전문직군 중에서는 법조계가 가장 많은 것이 통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주요국 의회 변호사 출신 의원 비율을 보면 영국 하원은 7.2%, 프랑스 하원은 4.8%이며, 일본 중의원은 주요 5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3%만이 변호사 출신이었다. 미국 연방하원은 30%, 독일 연방하원은 22.8%를 차지하는데, 미국의 경우 변호사 출신 비율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독일을 제외하면 공공기관 공무원·선출직 출신이나 기업의 소유주·창업자·임원 출신이 법조인 출신보다 많았다.
법조인 출신 의원 비율이 높은 것은 법률전문가 경력이 의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정당과 유권자의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타직업에 비해 법조인의 경우 경력단절로 인한 기회비용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출마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연방의회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법조인 출신 의원은 사법(司法) 관련 입법활동에 관심을 보이며, 법조인에게 불리하거나 규제를 부과하는 입법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회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법조인 출신 의원은 사법 관련 입법활동에서는 비법조인 출신 의원과 차이를 보이지만, 법안발의나 가결율 등 전반적인 입법활동의 성과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논총에 실린 논문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은 차이를 보이는가?’(전진영·김인균)를 보면, 제19대 국회에서 제안된 법률안 가운데 법조인 출신 의원이 낸 법률안의 가결률은 7.53%, 비법조인 출신 의원이 낸 법률안의 가결률은 7.32%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법조인 출신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전체 법안의 12.2%로 법조인 출신 의원 비율인 14%보다 낮았다.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법조계 출신 의원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양대 정당의 이념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진영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더불어민주당은 주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국민의힘은 검찰에서 법조인을 충원하면서 제21대 국회에서 이같은 양상은 더욱 심화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