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현 전 카카오투자총괄 대표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식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새로 신설된 재판부에서 재개된 첫 공판에서도 재차 보석 허가를 호소했다. 최근 카카오 사내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배 전 대표는 “준비 없이 구속된 지 거의 5개월이 돼 가고 있는데, 무죄를 증명할 수 있는 많은 증거들이 발견돼도 재판이 지연돼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 전 대표에 대한 4차 공판을 열고 공판갱신 절차를 진행했다. 이날 배 전 대표는 수의를 입고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배 전 대표는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등과 공모해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 및 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 등으로 같은 해 11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배 전 대표 등이 약 2400억 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33회에 걸쳐 고가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배 전 대표 측은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며 재판부에 보석을 요청했다. 앞서 배 전 대표는 지난 1월 19일 보석을 청구해 2월 1일 보석심문을 받았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1심 최대 구속기간은 6개월이다. 배 전 대표는 약 5개월째 구속 수감 중이다.
배 전 대표의 변호인은 “언론에도 보도됐지만, 배재현 피고인은 최근 카카오에서 사내이사 직위에 있다가 그 지위를 상실했다”며 “회사와의 관계에서 어떤 부정한 시도를 할 상황도 아니고, 워낙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어 도주는 물론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 오히려 방어권이 현저히 제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대한 신속하게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변호인과 검찰 양측은 배 전 대표의 시세조종 혐의를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펼쳤다.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은 일반적인 작전 세력에 의한 시세조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M&A(인수합병) 경쟁 상황에서 기업 내부의 정상적 의사 결정으로 지분을 장내 매수한 사안”이라며 “이를 범죄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매매나 통정매매, 허수매매와 같은 비정상적 매매 행위와는 전혀 다른 사건”이라며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위해 지분 매집을 하는 것을 시세조종 행위라고 평가한다면 우리나라 경제와 자본시장은 큰 타격 입고 매우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사건은 SM을 둘러싼 하이브와 카카오 간 경쟁적 M&A 내지 사업적 문제”라며 “사기업 간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갑자기 검찰이 끼어들며 하이브를 편들고, 카카오가 악이라는 식으로 구도 짜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카카오 입장에선 기업 경영을 위해 각종 행위를 한 것일 뿐, 특별한 시세조종 목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 측 주장을 들으면서 동일한 사실관계를 이렇게도 왜곡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기본적으로 시세조종을 통한 공개매수 행위를 저지할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며 정당한 지분경쟁을 위한 정상적 장내매집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뒷받침할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며 “카카오 측은 전략적 사업 제휴를 빙자해 값싸게 SM엔터 지분을 확보하고자 했고, 이를 토대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거나 당시 이수만 SM 회장의 지분 인수를 막고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결국 장내매집을 통한 실행까지 나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 측 주장처럼 전형적인 작전세력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와는 다른 것이 맞다. 그래서 더욱 처벌해야 하고, 그 책임이 막중하다”며 “불법적 방법으로 SM엔터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던 카카오의 범죄 행위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29일 속행 공판에서 서증 조사를 진행하며 향후 쟁점 등을 정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