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가려운 곳 긁어주는 핀테크…‘11조원’ 납세협력시장 뛰어든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의 식당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직원 없이 홀로 일하는 ‘나홀로 사장’이 1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각종 임대료·자재 구매와 관련한 전자계산서 발급 등 세금 신고 업무를 대신 해주는 핀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사업자가 지출과 수입을 관리하고 세금을 납부하려면 세무사를 통해 많게는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핀테크를 통해선 대부분 무료이거나 훨씬 저렴한 가격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관리와 상권분석을 해주는 핀테크사도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업종별로 목이 좋은 곳을 분석해주고, 단골 손님이 어느 정도 있는지 파악해 매출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1인 자영업자 두 번 울리는 ‘납세협력비용’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자영업자를 비롯한 비임금근로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만8000명 늘어난 672만4000명이다. 비임금근로자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임금을 받지 않는 무급 가족 종사자를 모두 포괄한다.

이중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인 이른바 ‘나홀로 사장은’ 3만4000명 증가한 437만명으로, 2008년 8월(455만8000명)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다. 고물가에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절약에 나서면서 혼자 일하는 사장님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이다.

때문에 매출 관리부터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부가가치세 신고 등 각종 세무 업무를 혼자 처리해야 하는데, 국세청에 제대로 세금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납부세액의 20%를, 허위로 증빙했을 경우 납부세액의 40%를 추가로 내야 하는 등 불이익이 상당하다.

그렇다 보니 원자재 매입금액, 재료비, 종합소득세 신고·납부 경비를 계산해 국세청이 원하는 양식에 맞게 자료를 꾸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외부의 세무 전문가를 통하거나 직접 국세청 홈택스에 접근해 증빙 내용을 입력해야 한다.

이렇게 세금 자체를 제외하고 납세자가 지불하는 모든 비용을 ‘납세협력비용’이라고 칭한다. 세무업계에 따르면 이 납세협력비용은 2007년 7조140억원에서 최신 통계치인 2016년 11조1179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권 관계자들은 지난해까지 이 비용이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몇 백만원’ 수임료를 단돈 ‘몇 만원’에…‘사장님 입소문’으로 성장

이에 핀테크들은 ‘나홀로 사장님’의 경영 비용을 줄이는 전략으로 틈새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고리즘 세금신고 플랫폼 SSEM에서는 국세청 홈택스를 스크래핑(특정 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자동 추출하는 기술)해 납세협력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세무사를 통하면 월 기장료 10만원에 신고료가 매 건마다 30만원씩 부과돼 연 최소 200만원에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 SSEM에선 연 10만원이면 각종 세금 신고를 할 수 있다. 건별로는 3만3000원에 간편하게 세금 신고를 마칠 수 있다. 부가가치세·종합소득세·인건비 신소를 100% 비대면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출시 5년이 된 SSEM은 지난 1월 말 기준 2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고, 누적 세금 신고 수는 25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가입자수는 지난해 1월 말 38만5000명에서 올해 1월 말 84만5000명으로 뛰었다.

비슷한 서비스인 볼타는 법인·개인사업자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관리 서비스다. 볼타를 운영 중인 볼타코퍼레이션은 최근 스마트폰으로도 공동인증서 없이 전자세금계산서를 관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세금계산서 예약 발행, 동시접속 등 기능으로 출시 7개월 만에 가입 고객사 400곳을 확보했다. 대부분 서비스가 기본 무료로 제공되고, 월 15만원이면 무제한 발행, 무제한 사용 가능하다.

볼타의 재이용률은 92%에 달하는데, 홈택스의 복잡한 수정세금계산서 발행 과정을 단순화한 점이 컸다. 홈택스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수정된 세금계산서 원본 또한 다시 찾아볼 수 있게 기능을 손봤다. 사업성도 인정받아 프리 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오픈업의 상권 분석 서비스 화면 갈무리. [핀다 제공]

대출비교플랫폼 핀다가 2022년 인수한 오픈업은 1억 개가 넘는 상권 데이터를 품은 빅데이터 상권분석 플랫폼으로, 매월 70만개에 달하는 새로운 상권 데이터를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2022년 11월부터 지역별 매출 증감률과 미용·카페·음식점 등 업종별 매출 현황 지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픈업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7만명에 이르고, 카카오톡 로그인 베이스를 적용해 11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사용자 1200명 중 94%가 서비스 만족도를 드러냈다.

소상공인 매출관리 앱인 ‘캐시노트’을 운영하는 한국신용데이터는 140만개 사업장에 자리잡았다. 캐시노트는 국내 8개 전업 카드사별 매출을 한 눈에 정리해주고, 매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분석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 중이다. 소상공인 혜택이 주어지는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정부 지원금과 관련한 정보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글로벌 사모펀드(PE)인 모건스탠리 택티컬밸류(MSTV)로부터 1000억원 규모 시리즈 D2를 유치해 업계를 깜짝 놀래키기도 했다. 최근에는 높은 사업성과 풍부한 소상공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사업자 전용 금융을 공급하는 ‘챌린저뱅크’로의 전환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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