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의과대학 빈 강의실.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정부에 증원 신청한 총 규모가 3000명을 넘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학내로까지 번지고 있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교육부에서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증원 신청 규모는 앞서 정부가 증원하겠다고 발표한 ‘2000명’ 목표치를 넘어서는 데다, 지난해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요 조사 결과 중 최대치를 20% 상회하는 수준이다. 당시 각 의대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 합계 최소 2151명, 최대 2847명을 증원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정부와 교육계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개강일인 지난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 |
대학의 ‘파격 증원’ 방침으로 의정 갈등은 학내로 비화됐다. 같은 대학에서도 의대생과 의대생이 아닌 학생들로 나뉘어 견해 차이를 보였는데, 3000명 넘는 증원 신청이 여기에 기름을 부어 학생 간 갈등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연세대 이공계열 학과에 재학 중인 A씨는 “처음에는 의대생들도 나름의 입장이 있으니까 반대하겠지 싶었는데 계속 지켜보다 보니 동문이라고 마냥 감쌀 수는 없을 것 같다”라며 “반발할 수야 있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단체로 휴학 신청하거나 병원을 떠나는 건 ‘떼 쓰기’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막말로 우리도 정부에 불만 많다. 가만히 있어도 지금 다 의대로 몰리는 상황인데 정부가 이공계 연구개발(R&D) 예산 다 깎지 않았느냐”면서 “그렇다고 이공계 학생들이 단체로 학교나 연구소 단체로 떠난 경우는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인문계열 학과에 다니는 이모(23) 씨도 “의대생들도 이제 본인들 이기적이라는 건 인정해야 한다”라며 “왜 의대생들은 절대 정원 늘리면 안 된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다른 논리 말고 차라리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 온 거라 그 진입문을 넓히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해라”라고 지적했다.
어문계열 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3학년 김모 씨는 “대학이 원래 정부가 발표했던 2000명보다 더 많이 증원 신청했다는 건 증원 자체는 가능하다는 의미 아닌가”라며 “의대생들 이제 좀 그만했음 좋겠다. 지겹다”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오전 강원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의대 교수들이 삭발식을 열고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앞서 강원대는 교육부에 현재 49명에서 140명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연합] |
의대 내에서도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전날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열고 의대 증원은 대학의 ‘일방적 결정’이라고 항의했다. 교수들은 “강원대는 교수들의 의견과 반대로 일방적인 140명의 증원 규모를 제출해 학생들이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경북대 의대 교수는 지난 4일 “여론몰이에만 몰두해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결론과 합의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국 의대생들의 동맹휴학도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3일 오후 6시까지 휴학 신청을 한 의대생은 5387명에 달한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의 28.7% 수준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에 대한 현장 점검을 마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면허 정지 행정처분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