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으로 친환경산업↑…미국 전력수요 급증

미국 텍사스 주의 송전선로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인공지능(AI) 열풍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투자가 크게 늘고 있는 미국에서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주정부 조차 전력 부족에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AI 데이터센터 증가로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미국의 전력망 확충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미국 내 2700개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체 전력의 4% 이상을 소비했다. 2026년에는 그 비중이 6%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제품과 냉난방 시스템 효율 증가로 주거 및 소규모 상업시설 수요는 일정하게 유지됨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앤컴퍼니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2년 17기가와트(GW)에서 2029년 32GW로 두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GW는 대형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에 맞먹는 규모다.

과거에는 주요 인터넷 인프라, 기술인재 풀, 지자체 보조금이 보장된 곳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했지만 이런 곳들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에 기업들은 아이오와, 인디애나 등 기존에는 외면 받았던 지역들로 몰려들고 있지만 이들 지역 중 일부는 이미 전력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력 관련 컨설팅업체 그리드 스트래티지스는 “전력망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이유로 일부 지역이 경제 개발 기회를 놓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캔자스, 네브래스카, 위스콘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치솟는 전력 소비로 석탄 발전소 폐쇄를 미루는 지경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과 관련된 투자를 대거 유치한 조지아 주도 전력 부족으로 고민에 빠졌다. 주 정부는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지급하던 보조금을 중단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면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어 주 예산엔 도움이 되지만 일자리 창출 효과는 거의 없는데다 새로 들어서는 공장들에 공급할 전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조지아 주 정부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약속하며 전기차와 청정에너지 관련 공장을 유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연방 정부와 지방 정부가 그동안 전력망 확충에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은 지난 2013년 약 4000마일의 송전선을 증설한 이후 지금은 1년에 1000마일의 송전선도 깔지 못하고 있다. 발전소와 공장이 서로 다른 주에 있을 경우 어느 주에서 전력망 구축에 드는 비용을 내느냐도 논란이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은 데이터센터와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현장에 설치하는 소규모 원자력 발전소(SMR)나 핵융합 발전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연구 주이다. 그러나 SMR이나 핵융합 발전 모두 미국에서 상용화된 적은 없다.

제시 젠킨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전력망 건설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지지 않는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IRA를 통해 감축하겠다고 밝힌 탄소 배출량의 80%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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