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조 바이든 대통령이 7일 밤(한국시간 8일 오전 11시) 임기 마지막 국정 연설에 나선다. 현직 대통령만 갖는 국정 연설 기회를 통해 ‘바이드노믹스’를 앞세운 경제 성과를 강조하고 2기 집권 청사진을 공개할 전망이다. 공화당 대선주자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연설이 시작도 되기전 ‘선제 반박문’을 내고 견제에 나섰다. 11월 미 대선 공방전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등에 게재한 ‘조 바이든 국정연설에 대한 선제 반론’ 제목의 동영상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끔찍한 파괴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미친듯이 거짓말하면서 자신의 기록에서 도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경장벽, 42호 정책, 신속 추방 정책 등을 열거한 뒤 “퇴임 시 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물려줬으나 부패한 그와 급진 좌파 미치광이들은 최고의 국경 정책을 고의로 하나하나 해체했다”고 주장했다.
42호 정책은 트럼프 정부가 신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도입한 불법 입국자 즉시 추방 정책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를 지난 2023년 5월에 폐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슈링크플레이션’을 비판한 것을 두고 “미국이 본 가장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라면서 “슈링크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을 가리키는 다른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제품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을 뜻한다.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트럼프르 비판하며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선 제압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인프라, 청정에너지, 반도체 등에 대한 지출과 세금 감면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법안에 바이든이 서명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국정연설은 11월 대선에 앞서 미국인들에게 재임기간 기록과 재선 후 할일을 설명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포드자동차의 수석 글로벌 경제학자인 엘렌 휴즈-크롬윅은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을 모두 잡고 있다”며 제조업 투자와 함께 이 같은 점들을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금 상승과 낮은 실업률 등 최근 미국의 경제 성과를 이번 국정연설에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대적인 부자 증세 추진 방침을 재차 강조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공약과 차별화를 부각할 전망이다. 전통적 지지층인 노동자와 중산층을 대표하는 대선 후보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미국 블루프린트가 지난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 5명 중 2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자들의 탈세에 대해선 눈을 감고, 중산층을 제외하고 고소득층에게만 감세 정책을 펼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
백악관 사전 브리핑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의 최저한세 세율을 현행 15%에서 21%로 올리겠다는 새 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같은 제안에 포함되는 기업은 연간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기업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은 전했다.
앞서 미국은 2022년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지난해부터 법인세 최저한세를 15%로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직원에게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관련 제도를 변경한다는 방침도 밝힐 예정이다. 현행법은 100만달러 이상을 받는 일부 최고경영진에 대해서만 공제가 금지돼 있다.
이와 함께 2020년 대선 때 공약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예상 세입의 일부를 저소득층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에 사용하고 저소득층 건강보험의 보험료를 낮추는 방안도 밝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