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7일 별세했다. 사진은 지난 2011년 3월 4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회혼식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인 손명순 여사에게 입맞춤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孫命順·95) 여사가 지난 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김 전 대통령이 2015년 11월 22일 서거한지 약 9년 만이다. 손 여사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증세가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1929년 1월 16일 경남 김해 출신의 손 여사는 마산여고와 이화여자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김 전 대통령과이 정계에 막 입문해 장택상 국회부의장 비서관으로 있던 당시인 1951년 결혼했다. 두 사람은 중매로 만나 한 달 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김 전 대통령과 사이에 둔 아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등 2남 3녀가 있다. 김 이사장 아들이자 손 여사의 손자인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4·10 총선 출마를 선언하고 부산 서구·동구에서 국민의힘 후보 경선을 진행 중이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까지 약 65년간 부부의 연을 이어왔다. 김 전 대통령이 격동의 정치 인생을 보내는 동안 손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하며 곁을 지켰다. 대통령 재임 시기에도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는 등 묵묵한 모습을 보였다.
조용했지만, 결정적일 때는 결단을 내리며 정치적 동반자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83년 신군부에 맞서 단식투쟁을 할 때, 외신에 직접 전화를 걸어 실상을 제보하기도 했다.
손 여사와 김 전 대통령은 2011년 결혼 60주년을 기념하는 회혼식을 열었는데, 김 전 대통령은 인생에 잘한일 중 하나로 “60년 전 손명순 여사를 제 아내로 맞이한 일”을 꼽았다. 또 “김영삼의 오늘이 있음은 제 아내의 한결같은 사랑과 내조 덕택이었다는 것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특유의 사투리로 김 전 대통령은 손 여사를 맹순이(명순이)라고 부르며 애정을 과시해왔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도 상도동 사저에서 계속 살았는데, 2022년 6월에는 김건희 여사가 손 여사를 비공개로 예방하며 배우자의 역할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손 여사의 별세 소식에 “보내드리는 마음은 안타깝지만, 하늘에서 김영삼 대통령님을 만나 행복하게 계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여사님께서는 평생 신실한 믿음을 지키며 소박하고 따뜻한 삶을 사셨다”며 “신문 독자 투고란까지 챙겨 읽으시며 김영삼 대통령님께 민심을 전하셨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정치적 동반자의 역할을 해주셨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바치신 김 전 대통령님과 그 옆에서 함께 헌신해오신 손 여사님을 우리 국민들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 여사의 장례는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주최로 가족장(5일장)으로 치러진다고 김현철 이사장이 밝혔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라고 전했다. 8일 오전 9시부터 조문객을 받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8시다. 손 여사는 국립서울현충원 김 전 대통령 묘역에 합장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