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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정부가 의사 업무 중 일부를 간호사들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내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자, 보건의료노조가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땜질식 처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8일 입장문을 내고 간호사에게 의사 업무를 대폭 허용한 지침에 대해 “전공의들의 진료거부로 발생한 진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비상대책이라고 하지만,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발표했다.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번 지침에 따르면,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행위 중 엑스레이, 관절강 내 주사, 요로전환술, 배액관 삽입, 수술 집도,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 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노조는 이를 두고 “의사 업무 중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를 무제한으로 허용해 환자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의사 진료거부로 인한 진료공백을 해소해 환자생명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오히려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심각한 의료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고 비판했다.
또 “사실상 의사 업무가 무제한으로 간호사에게 전가된다”며 “‘이럴 거라면 차라리 간호사에게 의사면허를 발급하라’는 게 의료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의료기관장이 간호부서장과 협의를 거쳐 간호사 업무범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허용해 의료기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고, 진료에도 혼선이 발생할 것”이라며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통일적인 규정과 제도를 마련해야 의료현장의 혼란과 혼선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사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간호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의사업무를 수행하며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며 “의료현장의 진료공백은 의사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땜질 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사단체는 서로 논쟁할 때가 아니라 진료공백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진료정상화를 결단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