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미·노아름·심아란 기자] CJ CGV의 해외 자회사 CGI홀딩스 소수지분이 매물로 나온 배경에 인수·합병(M&A) 시장의 시선이 모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CJ CGV 재무구조가 악화돼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까지 고려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증시 노크 가능성 희박=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CGV의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통합 법인인 CGI홀딩스는 PEF 운용사로부터 러브콜을 받던 해외법인 중 하나였다.
2019년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 PE본부는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CJ CGV 해외법인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에 나섰다.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3336억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인수한 이들 재무적투자자(FI)는 CGI홀딩스 지분을 확보하며 지난해 6월까지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한 투자금회수를 꾀했다.
다만 글로벌 시장이 경색되면서 IPO 길이 막히자 FI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CJ CGV가 FI 지분을 되사주거나 ▷FI 소수지분(29%) 혹은 CJ CGV의 경영권지분까지 묶어 파는 방식만이 선택지로 남았다.
문제는 CJ CGV가 FI 보유 CGI홀딩스 지분을 사줄 만큼 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영업현금창출력이 악화되며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진데다가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상태다. 지난해 CJ CGV는 유상증자와 현물출자를 병행해 1조2000억원 상당의 자본확충을 계획했다. 조달한 자금을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려했다.
그러나 법원이 CJ CGV에 투입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가치가 과대평가되었다며 제동을 걸었고, 설상가상으로 주가 또한 하락해 발행가액이 낮아지며 유상증자 규모도 기대보다 1500억원 가량 낮은 약 4150억원으로 확정됐다.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CJ CGV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다만 지난 6일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CJ CGV는 1200억원 모집에 24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데 그치며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주관사를 이례적으로 8곳을 선임하는 등 미매각 우려에 대비했는데 이러한 걱정이 현실화된 셈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기준 CJ CGV의 부채비율은 1123%에 달해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 여파 천덕꾸러기 신세=사실 CJ CGV로서도 현재 상황이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상영관(4DX, IMAX) 차별화 전략으로 관객 기대에 부응했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부지런히 나섰다. 다만 2019년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이 더뎌 애를 태웠다.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2019년 이전과 현재의 CJ CGV는 그 위상이 상당히 다르다. 메리츠증권·IMM프라이빗에쿼티 등 FI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CJ CGV는 2016년 터키 최대 영화사업자인 마르스 엔터테인먼트 그룹(MARS) 지분 전량을 인수해 단숨에 글로벌 5위 영화관사업자로 올라섰다.
이듬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월드베스트 CJ’ 청사진을 내놓았는데, 당시만 해도 CJ CGV가 목표 도달에 앞서 있는 계열사로 손꼽혔다. 최근에서야 지분을 내놓게 된 CGI홀딩스 또한 2019년 내로라하는 글로벌 FI가 눈독 들였던 투자처였다.
CJ CGV 향후 행보 또한 관심거리다. M&A 시장에서 CJ CGV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는 점은 CJ CGV가 처한 상황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투자업계 관계자는 “CJ그룹이 CJ CGV의 해외법인 뿐만 아니라 CJ CGV 자체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리스트에 올려놓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법인 지분 매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