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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이 기후위기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 가운데 도리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7일 가디언은 환경단체 ‘지구의 벗(FOE)’을 인용해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남에 따라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이 더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마이클 쿠 지구의 벗 기후 관련 허위정보 대응 프로그램 활동가는 “AI가 지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계속 듣고 있는데 이 허위광고를 믿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의 벗은 지난해 11월 구글이 내놓은 보고서를 정면 반박했다. 구글은 당시 AI 기술이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삼림 벌채 감시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5~10%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지구의 벗이 내놓은 보고서는 “AI는 기후과학에 대한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진술을 사람이나 조직이 더 쉽게 유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후 비상사태를 막으려는 노력을 더욱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시 닷지 앨런 인공지능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딥페이크 동영상 같은 방법으로 기후 허위정보를 가혹화하고 에너지 사용 증가로 탄소배출량을 늘리는 데 AI가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구글이 제시한 감축량을 달성하기 위해선 세계 각지에 설치된 데이터 센터를 지금의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세계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80% 증가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가 소모하는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해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보고서는 “같은 내용을 검색한다고 해도 AI 프로그램에 질문할 경우 일반적인 온라인 검색보다 10배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고 밝혔다. 가령 챗GPT를 훈련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는 미국의 12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에너지와 맞먹는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은 1월부터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일부 석탄발전소 재가동을 검토하고 있다. 또 향후 3년 안으로 스웨덴의 국가사용량보다 세계 데이터 센터들이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 활동가는 “AI의 존재가 전력 사용을 줄일 것이라는 예측에는 아무 근거가 없다”며 “현재 나와 있는 모든 정황 증거가 AI가 앞으로 계속 전력 사용량을 늘릴 것이라고 암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AI를 활용한 에너지 효율화로 소모를 조금 줄이더라도 AI 자체를 위해 전력 사용량을 대폭 늘리면 그다지 효용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구의 벗은 또 인공지능이 유포하는 허위정보가 기후변화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퍼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쿠 디렉터는 “AI의 등장이 정보 생태계를 무너뜨렸다”며 “AI는 손쉽게 만들어낸 많은 허위정보를 이용해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하고 잘못된 지식을 퍼뜨리는 것에 특화돼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