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농산물 등 물가상승폭 확대, 내수 위험요인”…내수·수출경기 격차 계속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내수가 지속적으로 둔화해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지출여력 축소와 공급여건 악화로 인한 일부 품목의 물가 상승폭 확대는 소비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

KDI는 이날 발간한 ‘3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둔화가 지속됐으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전달에 이어 수출 경기와 내수의 격차를 강조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의 영향으로 전달(18.0%)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된 4.8%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일평균 기준 증가율은 전월(5.7%)보다 높은 12.5%를 기록했다.

제조업에선 생산(13.7%)과 출하(9.6%)가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재고(-6.1%)는 감소하는 등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회복세가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교역 부진도 완화되며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 추이 [KDI]

내수는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넉 달째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상품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지난 1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감소했다. 조업일수와 밀접한 국내승용차(10.0%)는 증가했으나, 설 명절과 밀접한 음식료품(-18.5%) 등이 크게 줄었다. 서비스소비는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미약한 증가세를 보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월에 있었던 설 명절이 올해 2월로 이동한 건 소비 측면에서 장·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1월 상품소비에 조업일수 증가라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설 명절과 밀접한 소비 감소의 부정적인 요인으로도 작용했다”면서 “설 명절 요인을 배제한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는 승용차(-16.2%) 등 금리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부진하며 고금리가 상품소비를 제약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난 1월 설비투자(4.1%)는 기저효과와 조업일수 확대 등 일시적인 요인으로 증가했으나, 전달 대비 감소하는 등 부진한 흐름이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반도체 경기 개선으로 반도체 투자와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12.7%)는 큰 폭의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의 회복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도 일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1월 건설기성(불변)은 조업일수 증가와 공사 마무리 작업 등이 집중되면서 17.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공사 종료를 앞둔 현장 중심의 실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건설기성의 증가세는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KDI는 “건설기성의 급증은 일시적 요인에 주로 기인했다”면서 “선행지표인 건설수주(-53.6%)가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누적된 수주 물량의 감소는 향후 건설투자의 부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2.8%)보다 높아진 3.1%를 기록했다. 농산물(20.9%)이 큰 폭으로 뛰고, 석유류(-1.5%)의 감소폭이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KDI는 공급 측 물가 상승압력이 확대되면서 오름폭이 확대됐지만, 기조적인 물가 상승세는 둔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석유수출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연장 등에 따른 유가 오름세 등이 향후 물가 상승세 둔화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DI는 “가계와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공급여건 악화로 농산물 등 일부 품목의 물가상승폭이 확대되는 등 내수 경기의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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