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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를 동서로 관통하는 새 도로를 완공하면서 그 목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으로 장기간 가자지구에 남아 지구 내 주민 움직임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국 BBC 방송은 위성사진 이미지를 근거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중심 도시 가자시티 남쪽을 지나가는 도로를 만들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길은 가자지구 북부에 인접한 이스라엘의 나할 오즈 키부츠(집단농장) 근처에서 출발, 지중해까지 가자지구를 동서로 가로지른다. 가자지구에 동서 방향으로 뻗어 있는 도로가 많지만, 중간에 막힘 없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관통하는 길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달 이스라엘 채널14 TV는 이 도로가 ‘749번 고속도로’라는 암호명으로 불린다고 소개했다.
이스라엘군은 동쪽 끝인 이스라엘 국경 쪽에서 출발하는 구간을 지난해 10월 하순∼11월 상순에 닦았으며, 그 외 대부분 구간은 2월부터 3월 초순 사이에 건설했다.
새 도로는 가자지구 내 일반 도로보다 넓게 만들어졌다. 이미지 분석 결과 이 도로 양옆의 창고 등 건물들은 지난해 12월 말∼올해 1월 하순에 철거됐다.
영국 군사정보 기업 제인스는 채널14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이 길의 형태가 전차처럼 무한궤도를 장착한 기갑차량의 이동에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 길에 대해 병력·장비 수송을 원활히 하고 '작전상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BBC에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치열한 전투 와중에 이처럼 도로를 닦은 것을 놓고 이스라엘 측이 종전 이후에도 가자지구 안에 남으려는 장기적 계획의 일환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 이 도로가 가자지구 북부 출신 피란민들의 귀가를 막는 장벽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을 지낸 제이컵 나겔 이스라엘군 예비역 준장은 새 도로를 낸 것은 이스라엘군이 새로운 위협에 대처해 신속히 이동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또 전 영국 육군 장교 출신으로 위험정보 회사를 운영 중인 저스틴 크럼프는 "명백히 (이스라엘이)가자지구에서 최소한 모종의 치안 개입·통제를 하겠다는 장기 전략의 일부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도로가 가자시티를 가자지구 남부와 단절해 사람들의 움직임을 감시하거나 제한하는 효과적인 통제선 역할을 하며, 주변 시야가 널리 트여 있어 사격에도 용이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칼레드 엘진디 선임연구원은 이 도로가 장기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에 무기한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