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손실이 발생 중인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한 현장검사 결과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를 확인하고, 투자손실의 최대 100%를 배상토록 하는 분쟁조정 기준안을 내놨다. 전액 배상은 역대 최고로,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에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17면
다만, ELS 투자경험, 투자금액 등에 따른 차감요인을 둬 배상비율이 0%가 될 수도 있다.
11일 금감원이 발표한 11개 주요 판매사(은행 5개·증권사 6개) 대상 현장검검 결과에 따르면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 부실 ▷고객 투자성향 고려 소홀 등 판매시스템 부실 ▷영업점 단위 개별 판매과정의 불완전판매 등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 2019년 파생결합증권(DLF) 및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소비자보호 장치들이 대폭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판매과정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판매원칙을 위반한 판매사에 기본 20~60%에 판매사·투자자별로 배상비율을 가감하도록 하는 분쟁조정 기준안을 내놨다. 이를 적용하면 손실에 대해 최대 100%까지 배상이 가능하게 된다. 전액 배상은 처음으로, 역대 최고 기록은 2019년 해외금리연계 DLF 사태 때의 80%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실 배상비율은 검사결과 확인된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별 특성을 고려한 투자자 책임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도록 했다”면서 “판매사 측면에서는 판매원칙 위반 정도가 크거나 소비자보호체계가 미흡할수록 배상비율이 높아지고, 투자자 특성에 따라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예적금 가입 희망 고객 등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경우에는 배상비율이 가산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그러나 “ELS 투자경험이 많거나 금융지식 수준이 높은 고객 등에 대한 판매는 배상비율이 차감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의 이 같은 분쟁조정 기준안은 향후 판매사들이 사적 화해 절차를 통해 자율 배상을 실시할 때 적용할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하는 한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작년 12월 말 기준 홍콩 H지수 ELS 판매잔액 18조8000억원 중 개인투자자 판매분은 17조3000억원이다.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할 예정인데, 이미 1~2월 만기도래액 2조2000억원 중 1조2000억원이 손실이 확정됐다. 손실률은 53.5%다.
금감원은 H지수가 2월 말 수준(5678포인트)을 유지할 경우, 연내 추가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상반기 4조8000억원, 하반기 1조원 등 총 5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