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교체율 與 32.7%-野 32.3%…비윤·비명에 초선만 갈았다 [이런정치]

국회 전경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22대 총선을 한 달 앞둔 거대 양당의 공천 현역교체율이 32%를 기록했다. 현역의원 10명 중 3명은 교체가 확실해진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공통적으로 ‘시스템 공천’을 표명한 두 정당은 정량·정성평가에 기반한 공천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양당의 현역교체율은 대부분 초선이거나, 비주류 인사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 내 다양성이 사라졌다”는 지적부터 총선 후 기득권 유지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이 나온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12일 오전 기준 국민의힘은 전국 254개 선거구 중 232곳 후보를, 더불어민주당은 216곳 후보를 확정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일인 올해 1월11일 기준 현역은 113명으로, 이 중 37명(32.7%)이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공천을 받지 못해 교체 대상에 올랐다. 민주당은 공관위 출범일인 1월5일 기준 현역 167명 가운데 54명(32.3%)이 교체된다. 21대 총선 때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의 물갈이 비율은 낮아졌고, 민주당은 높아졌다.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현역교체율은 43.2%, 민주당은 27.9%를 각각 기록했다.

이번 총선 시스템 공천을 첫 도입한 국민의힘은 최종 현역교체율을 35%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관위원인 장동혁 사무총장은 앞서 “역대 우리 당이 좋은 결과를 낸 선거를 보면 현역교체율이 30%대 초반에서 중반에 이를 때”라며 “쇄신과 안정이 균형을 이룰 때 선거를 승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총선에서 시스템 공천을 일찍이 도입한 민주당의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민주당의 경선 지역 현역 교체율은 역대 최고인 45%에 이른다”며 “민주당은 시스템 ‘혁신’ 공천으로 공천 혁명을 이뤄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교체된 여야 현역 의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초선 또는 비주류 인사다. 국민의힘은 교체 대상인 37명 중 30명이 초선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의원이다. 이 가운데 비례 9명은 지역구 선거에 도전했으나 공천을 받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친윤석열계에서는 지난해 혁신위의 압박에 불출마를 선언한 친윤 핵심 장제원(3선·부산 사상) 의원을 제외하고 희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선 기간 친윤 맏형으로 불렸던 권성동(4선·강원 강릉) 의원과 이철규(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 의원 등은 단수공천을 받았고, 김기현(4선·울산 남을) 의원과 박성민(초선·울산 중구) 의원은 경선을 거쳐 공천장을 손에 쥐었다.

민주당은 교체 대상인 54명 중 40명이 초선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의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주류 인사들의 낙천이 두드러졌다. 친문재인계 중진이자 원내대표를 지낸 박광온(3선·경기 수원정)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했고, 안민석(5선·경기 오산)·변재일(5선·충북청주-청원) 의원 등은 컷오프됐다. 586 운동권 핵심인 우상호(4선·서울 서대문갑) 의원과 ‘운동권 대모’로 불린 인재근(3선·서울 도봉갑) 의원, 김민기(3선·경기 용인을) 의원 등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정식(5선·경기 시흥을)·안규백(4선·서울 동대문갑) 의원 등 친명 중진들이 단수 공천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전날에는 결선에 진출했던 비명계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 의원이 친명 정봉주 전 의원을 상대로 패배했다.

민주당의 현역교체율은 남은 26개 선거구의 경선이 완료되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텃밭’인 호남의 전북·전남 대부분 선거구가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앞서 광주 8개 선거구 중 7곳에서 현역을 교체했다. 서울 노원갑, 경기 부천갑에서는 선거구 조정에 따라 3명의 현역이 탈락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희생을 찾아볼 수 없는 여야 공천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여야 모두 총선 이후 달라질 정국과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공천을 한 셈”이라며 “주류와 다른 생각과 변화를 용납하지 않는 리더십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결과적으로 (힘이) 센 라인을 타야 한다는 메시지만 남았다”고 말했다.

정치 양극화 현상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야권 인사는 “경선의 경우 조사 업체 전화를 받는 당원들이 (지역구 후보가) 이재명 대표를 도울 사람인지, 돕지 않을 사람인지 아예 구분을 해 버린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의 한 의원도 “당원들의 의식 구조, 시각차에 변화를 가져 온 강성 정치 유튜브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초선들이 집중적으로 교체 대상에 오른 것은 정당이 정치인 양성이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체되는 사람들 역시 선거의 불쏘시개로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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