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시장은 인플레이션 압력 속에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PA] |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상승률(3.1%) 대비 소폭 오른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인 2%보단 여전히 높지만 시장은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오르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3.1%를 상회했다. 지난달과 비교했을 때는 0.4% 올라 예상치에 부합했다. 미국의 CPI는 지난해 6월부터 3%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8%, 전월 대비 0.4% 올랐다. 시장 전망치인 3.7%와 0.3%를 상회했다.
2월 물가상승을 견인한 것은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이다. 임대료가 포함된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올라 1월(0.6%)에 이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3.8% 뛰었다. 1월에는 3.3% 내렸었다. 로이터는 “주거비와 휘발유 상승이 CPI 상승에 60% 이상 기여했다”고 밝혔다.
주택비 탓에 CPI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부 지표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주택비 논란을 제외하더라도 3%대 물가는 연준 목표치인 2%와 여전히 차이가 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연내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되돌리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2%를 향해 지속적으로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2월 CPI 지표에도 불구하고 6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마이클 가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 경제학자는 “연준은 정책 기조 정상화를 시작하기 전에 인플레이션 진전에 대한 더 큰 확신을 바라고 있다”며 “우리는 앞으로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진전되면 연준이 6월부터 점진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할 만큼 충분한 확신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프리 로치 LPL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이번 소비자물가 보고서가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기대를 바꿀 것이라고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면서도 “2% 물가 목표로의 길은 여전히 고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달 5일부터 11일까지 108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72명의 경제학자가 첫 번째 금리 인하를 6월로 점쳤다고 보도했다.
해당 조사에서 경제학자의 85%는 “첫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당겨지는 것보다 늦춰지는 것이 경제에 더 큰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증시도 CPI보다는 기술주의 실적에 더 영향을 받았다. 이날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 넘게 오르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57.33P 오른 5175.27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S&P500 지수는 17차례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35.83P 오른 3만 9005.4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46.36포인트 상승한 1만 6265.64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특히 인공지능(AI) 분야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이날 7.16% 오르면서 이날 지수 상승을 주도했고,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 ‘깜짝 실적’ 발표로 주가가 11.75% 급등 마감했다.
웰스파이어 어드바이저의 올리버 퍼쉬 수석 부사장은 “투자자들은 연준이 언제 금리를 내릴지가 아니라 얼마나 내릴지가 관건이라는 관념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