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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일본 대기업들이 올해 봄철 임금 협상에서 노조 요구안보다 높은 임금 인상안을 내놨다. 조합원이 가장 많은 도요타에서 25년만에 최대 임금 인상을 결정했고, 월급을 14% 올린 기업도 있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이날 내년 임금을 결정하는 2024년 춘투(春鬪·춘계 임금투쟁) 대기업 집중화답이 이어졌다. 특히 노조원이 많아 춘투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철강·자동차 기업이 대규모 인상안을 제시했다.
신일본제철(현 일본제철)은 노조안보다 훨씬 웃도는 금액을 제시했다. 당초 노조는 월 기본급 3만엔 올리는 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14.2% 인상한 월 3만5000엔으로 답했다. 대졸 신입 기본급도 4만1000엔 증가한 26만5000엔으로 인상했다.
신일본제철과 함께 일본의 3대 철강 기업으로 꼽히는 고베제강도 월 3만엔을 올려 내년 임금인상률이 12.8%로 결정됐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비율이 지난 1월 기준 15%로 2019년 '노재팬' 이후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1월 한 달간 수입차 판매량 1만3083대 가운데 일본 브랜드(도요타·렉서스·혼다)는 1천961대로 14.98%의 점유율을 보였다. 사진은 3일 서울 시내 한 도요타 매장의 모습. [연합] |
일본 노조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 소속 조합원이 많은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2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도요타는 월급을 최대 2만 8440엔 인상하고 기록적 보너스를 지급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동의했다. 히가시타 카토쿠 도요타 총무·인사본부장은 “매입처나 판매점에 지지해 주신 결과다”고 말했다.
닛산 자동차는 월 1만엔을 인상하는 안에 동의했고, 가와사키중공업과 미쓰미시 중공업도 직원들의 월급을 1만엔 올리기로 했다.
일본 대기업들이 줄줄이 월급을 1만엔 이상 올리면서 지난해 춘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1000명 이상 대기업의 임금 인상률은 3.6%였다. 올해는 렌고 산하 근로자들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어서는 연간 5.85%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서 시민이 상점을 걸어다니고 있다. [로이터] |
닛케이는 “지난해 임금 인상률이 약 30년 만의 높은 수준이었지만 고물가가 지속돼 임금 인상이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실질 임금인상률은 지난 1월까지 22개월 연속 전년 동월을 밑돌았다”고 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로이터는 “대기업들의 임금 협상(춘투) 결과에 따라 다음주 일본은행이 2016년부터 시행한 마이너스 금리를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더욱 실릴 전망이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장기 침체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오랫동안 대규모 부양책과 초저금리를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1년 넘게 상회하고, 임금인상도 기업 전반으로 퍼질 가능성이 커져 마이너스 금리를 종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임금 인상에 대한 강한 모멘텀을 보고 있다”며 “강력한 임금 인상 모멘텀이 중소기업으로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