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환급률 120% 단기납 종신보험 들었어”…금감원, 단기납 종신보험 제동 멈칫[머니뭐니]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르면 이번주 배포될 예정이었던 단기납 종신보험 가이드라인이 늦어지고 있다. “환급률 제한 법적 근거가 있느냐”는 업계 반발로 금융감독원의 고심이 깊어진 가운데, ‘환급률 120%대’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은 여전히 영업현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생명보험사들은 환급률 120%대 단기납 종신보험을 여전히 판매 중이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별다른 지침이 없어 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애초 영업현장에서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지난주까지 판매한다는 절판마케팅을 진행했었다.

금감원은 가이드라인 배포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배포에)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라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 의견을 수렴 중인 단계인 만큼 ‘이번 주 기존 상품 판매 중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은 확실히 했다.

가이드라인 배포는 금감원 입장에서도 리스크다. 금감원은 보험감독업무세칙 등을 통해 상품 구조나 설계에 일부 개입할 수 있다. 다만 환급률 조정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는 가격 문제이고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차단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제한하기가 어렵다. 금감원이 가이드라인 초안에서 특정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가이드라인 배포 자체를 고민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차피 120%대 환급률 단기납 종신 판매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업계에 경고는 충분히 전달됐기 때문이다. 신중한 상품 개정을 거쳐 오는 4월부터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의 납입 기간(20년 이상)을 대폭 줄인 상품이다. 작년부터 생명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본격 나섰다. 작년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많이 파는 게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해서다. 하지만 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회사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환급률 120%대 단기납 종신보험은 금감원이 지난달 말 생명보험협회를 통해 각 생보사에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관련 가이드라인 초안(감독행정 운영안)을 전달하면서 판매 중단 얘기가 나왔다. 금감원은 초안에 대한 생보사의 의견을 지난 4일까지 취합하고 정식 가이드라인 배포를 예고했었다.

초안은 생보사가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을 정할 때 해지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 등을 충실히 고려해 산정하라는 게 골자였다. 보험업계가 초안에서 대략 제시한 지침을 바탕으로 환급률을 보수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사실상 환급률을 110%대로 낮추라는 시그널로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절판마케팅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최근 보험업계 과당 경쟁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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