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양근혁 기자] 22대 총선 여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신청에 전·현직 의원 다수가 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다선 중진 의원부터 지난 총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고도 다시 비례를 노리거나, 지역구 공천을 받지 못하자 비례대표로 방향을 튼 인사까지 있다. 직능별 대표성을 담보하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 취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서 비례대표 후보 신청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이다. 지난 21대 총선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 5번으로 배지를 단 용 의원은 이번 총선 또 다시 민주당과 야권이 창당한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총선 노동당 비례 1번으로 출마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비례대표 도전이다. 한 야권 인사는 통화에서 “이번에 또 비례대표 후보로 나오는 건 본인이 말하는 진보정치랑 전혀 맞지 않는다”며 “큰 정치를 할 생각이 있다면 지속가능한 지역구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의 황운하 의원도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총선 민주당 소속으로 대전 중구에서 당선된 황 의원은 앞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을 탈당, 조국혁신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황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개혁신당에서는 김용남 전 의원과 양정숙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다. 김 전 의원은 남경필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로 2014년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 경기 수원병에 당선됐던 인물로, 개혁신당 정책위 의장을 맡고 있다. 양 의원은 지난 총선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야권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나, 재산 축소 신고 의혹으로 제명돼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지난달 개혁신당에 입당했다.
국민의힘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도 다수의 전직 의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4선 의원을 지낸 조배숙 전 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 재선 출신의 송영선 전 의원, 최명길 전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이동섭 국기원장 등이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첫 여성 검사로 이름을 알린 조 전 위원장은 지난 16대 총선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전국구) 후보에 올랐고, 2001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되며 자리를 비운 유삼남 전 의원의 비례 의석을 승계하며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7~18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서 전북 익산을 선거구에서 4선을 지냈다. 국방 분야 전문가인 송 전 의원은 17대 국회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 입문했고, 18대 국회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재선을 지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 전 위원은 20대 총선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을에서 당선된 바 있다. 20대 총선 국민의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 원장은 이번 총선 경기 용인갑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전략공천되며 탈락하자 비례로 선회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거 자신이 관리하던 지역구가 있던 사람들까지 비례 공천에 뛰어든 것은 권력욕이라 부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기는 하지만, 직능 대표성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비례대표제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비례대표제 현실을 비판했다. 신 교수는 “보상 차원이나, 신인 등용문처럼 사용되는 비례대표제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이럴 것이라면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