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 조사받은 의협 비대위원장 “전공의 미래 없어 스스로 사직”

박명하(왼쪽 두번째부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장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전공의 파업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출석하던 중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정부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고발당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이 경찰에 출석해 14시간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2일 오전 김 비대위원장(강원도의사회장)과 박명하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서울시의사회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을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 청사로 불러 조사했다.

13일 0시 11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비대위원장은 "저희가 왜 이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전공의 선생님들이 미래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사직하고 떠나신 것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두 시간 앞선 전날 오후 10시 7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박 조직강화위원장은 "정부는 (증원 인원을) 2000명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고 강경 대응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대화의 장, 협상테이블에 나와 달라"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 등은 전날 오전 경찰에 출석하며 "전공의 후배들의 자발적 사직은 어느 누구의 선동이나 사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라며 "젊은 의료인으로서 이 나라 의료의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엄청난 실정에 대해 양심에 의지하고 전문가적 지식을 바탕으로 항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협 지도부의 집단행동 교사·방조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에 앞서 청사로 들어간 임현택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출석 일자 조율 문제로 마찰을 빚다가 결국 출석한 지 한시간여만에 조사를 거부하고 청사를 떠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 비대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 형법상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 중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지난 6일,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지난 9일 조사를 받았다.

정부는 이들이 전공의의 집단 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집단행동을 교사하고 방조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이 소속된 수련병원의 업무도 방해받았다고 판단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