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본관에서 바라본 공장 전경. [김은희 기자]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유업계가 지난해 전 세계 70개국에 석유제품을 수출한 가운데 올해에는 수출 대상국의 범위를 더 넓히며 역대 최다 기록을 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중국 수출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사가 새로운 수출국을 적극 발굴하고 있어서다.
유연백 대한석유협회 상근부회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석유산업은 1000억달러어치 원유를 수입하면 600억달러 이상은 석유제품으로 수출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수출산업으로 국가적으로도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며 올해 수출 시장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유 부회장은 “휘발유 가격 이슈로 석유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호의적이지만은 않지만 휘발유 가격의 절반은 세금이고 공급가 자체는 세계 각국과 비교해 굉장히 싼 편”이라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수출 확대를 위해 업계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정유사의 수출국 다변화 전략에 힘입어 올해 석유제품 수출국 수는 역대 최대인 71개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유 부회장을 포함한 석유협회 측은 관측했다.
유연백 대한석유협회 상근부회장이 올해 1월 열린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대한석유협회 제공] |
석유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는 작년 한 해 호주, 싱가포르, 일본, 중국, 미국 등 전 세계 70개국에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수출국 수만 보면 2021년 58개국, 2022년 64개국에서 2년 연속 증가한 수치다. 중국의 석유제품 자급률 상승으로 대중국 수출이 줄어들면서 이를 대체할 수출국을 적극 발굴한 전략이 주효했다.
협회 관계자는 “수출국 다변화 현상은 최근 대중국 석유제품 수출이 줄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글로벌 환경 변화와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정유업계가 새로운 수출국을 발굴하고 집중하는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수출 물량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무역수지 적자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2007년 이후 원유수입액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회수하고 있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힘을 실려 있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에는 원유수입액 806억달러 중 58%인 463억7000만달러를 제품 수출로 충당하며 수출 회수율 60% 달성을 목전에 두게 됐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기준 8.2%를 기록하며 반도체, 자동차, 일반기계에 이어 주요 수출품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년도인 2022년에는 반도체에 이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품목별로 보면 항공유 시장에서의 수출 역량이 두드러진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1080만t의 항공유를 미국 등에 수출하며 전 세계 항공유 수출국 1위를 차지했다. 휘발유·경유는 세계 2~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비산유국이지만 정제능력으로는 세계 5위, 소비량으로는 세계 7위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석유강국”이라며 “세계적 수준의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은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오일뱅크 충남 대산공장 전경. [HD현대오일뱅크 제공] |
협회는 업계 최대 현안으로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의무화 흐름에 대응한 관련 산업 확대를 꼽았다. SAF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생활폐기물·산업 부생가스 등 대체원료로 생산된 항공유를 말한다.
협회에 따르면 SAF 시장은 2027년께 현재의 20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지역에서만 196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미국, 일본 등이 과감한 현금 기반의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지원 정책은 미비하다고 협회는 지적했다.
협회 측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석유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SAF 설비 투자세액공제를 확대하고 SAF 생산·사용 관련 차액보조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