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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자녀들이 장성하자 가출한 아버지와 내연 관계를 맺은 여성이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면, 재산을 나눠줘야 할까?
14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아버지와 10년 넘게 동거 중인 내연녀로부터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당한 가족의 사연이 전파를 탔다.
사연자에 따르면 중견기업 대표인 A씨는 장남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가출해 젊은 여성과 딴살림을 차렸다. 3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내조한 어머니에게는 졸혼을 요구했다. 다만 집을 나간 뒤에도 생활비와 3남매의 대학 등록금, 결혼자금 등을 챙겼고, 장남 결혼식 때는 혼주로서 손님을 맞고 손주들과 외식을 하는 등 가장의 역할을 다했다.
문제는 아버지의 내연녀인 B씨가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소송'을 청구한 것이다. B씨는 A씨와 10년 넘게 혼인 생활을 한 '사실혼 배우자'라고 주장하면서 "A씨 재산 50%를 분할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사연자는 "어머니가 오랜 세월 동안 아버지의 외도를 눈감아 온 건, 아버지가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부양하셨고, 추후 아버지의 재산이 저희 남매들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며 "내연녀의 청구가 정당한 것인가, 저희 가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들은 류현주 변호사는 "재산분할이란 결혼생활을 통해 형성된 부부 공동의 재산에 대해 결혼생활을 종료하면서 청산을 요구하는 권리"라며 "재산분할청구를 하려면 그 전제로 '결혼생활'과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형성된 재산'이 존재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실혼 배우자도 사실혼관계가 해소 또는 파탄된 경우에 상대방 배우자에게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가 있다"며 "B씨의 경우 10년 이상 같은 주소지에서 A씨와 동거를 했다면 경제적 공동체로서 생활을 했을 것이고 양가 부모님, 형제자매들과도 교류를 했다면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은 법적인 배우자가 있는 경우 해당 사실혼에 대해 법적이 보호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중혼적 사실혼'은 일부일처제를 채택해 중혼을 금지하고 있는 우리 법제 하에서는 원칙적으로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사실혼관계 해소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나 재산분할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사연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이혼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고 아버지가 가정을 경제적으로 부양했으며 자녀들과도 종종 교류를 하는 등 A씨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내연녀 B씨는 법적 보호를 못 받는 '중혼적 사실혼'인 상태이므로 재산분할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